[매경데스크] 챗GPT가 쓴 시·소설은 낙제점?

전지현 기자(code@mk.co.kr) 2023. 2. 9.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문장들
개연성도 없어 실망했지만
방대한 데이터로 무장해
작가들의 조수 역할 톡톡

'그리움은 나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언제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르네/ 그리움은 나의 마음을 가로막아/ 잊을 수 없는 그대의 미소를 떠올려/ 그리움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대와 함께한 추억은 영원하리라/ 그리움은 나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니/ 그리움은 나의 사랑을 증가시키는 불꽃이니라'.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만든 챗GPT에 그리움에 관한 시(詩) 한 편을 써달라고 하자 나온 결과물이다. 상투적인 연애시 같았다. 창작자의 존재를 숨긴 후 어느 시인에게 보여주자 "그리움을 '사랑을 증가시키는 불꽃'으로 은유한 대목에서만 흡인력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혹시 특정 질문에 정해진 답이 있는 걸까. 여러 번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던졌는데 챗GPT는 매번 다른 시를 창작했다. 두 번째 요청에서는 '달콤하고 진실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너와 함께 보낸 시간/ 이제 멀어지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로 시작하는 시를 뚝딱 썼다. 세 번째 주문에서는 '멀어져 가는 길'이라는 제목까지 달고 '멀어져 가는 길, 멀어져 가는 그대,/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한없이 그리움이 날 뒤쫓아/ 잊지 못할 추억을 떠오르게 해'로 이어지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챗GPT는 그리움에 관한 시를 무한대로 창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순식간에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지만, 문단에 충격을 줄 만큼 감동적인 시는 분명 아니었다. 미국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논문 작성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문화예술적 창의력은 감탄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사랑에 관한 단편소설을 주문하자 달랑 12줄에 불과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서로 다른 사회 계층에 있는 남녀 잭과 릴리가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는 식상한 줄거리였다. 마지막 대목은 어이가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릴리는 늙어가면서 후회로 가득 찬 외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고 놀랍게도 잭이었습니다. 그는 그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에 손을 내밀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별 후에 어떤 개연성도 없이 갑자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로 같은 주제로 단편소설을 요청하자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첫사랑'이라는 시를 썼다. '첫사랑은 언제나 기억에 남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잃어버리지만,/ 그 사랑은 영원히 깊어져 있었다'는 진부한 문장들로 가득했다.

기사 작성도 가능하다기에 뉴욕 브로드웨이 인기작이자 현재 국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물랑루즈' 리뷰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챗GPT는 달랑 4문장에 불과한 짧은 감상평을 내놨다. '스토리는 짧고 간결하지만, 각 캐릭터의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어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가슴에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등으로 구성된 평이한 글이었다.

챗GPT의 문화예술 감수성과 창의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질문하자 '내 주요 기능은 사용자가 내가 훈련받은 정보와 패턴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생성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예술을 감상하거나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및 예술 주제에 대한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여 지식과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각종 문화예술 관련 AI가 나왔지만 작가들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예술적 영감이 고갈됐을 때 도움을 받았다. 국내 대형 엔터사는 AI가 작곡한 멜로디 일부를 차용하고, 현대미술가는 작업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고독한 작업에 AI가 든든한 조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AI 문학과 음악, 그림 가치가 예술가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작품에 바친 인생의 가치가 작품 가격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