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H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비, 공공임대 두번 짓고도 남는 돈”

심윤지 기자 2023. 2.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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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매입 논란에 원가 따져보니
전용면적 ㎡당 920만원에 사들여
SH 직접 지은 아파트는 ‘436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을 공공임대주택 건설원가보다 2배 가량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경기 지역 LH 매입임대주택 2만6188가구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사들여 최저 소득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로, 2004년 도입됐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경기 지역의 LH 매입임대 가격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경실련은 최근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던 LH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 비용과 SH 공공아파트의 건설 원가를 비교했다. 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전용 19~24㎡)를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1가구 당 2억2000만원, 전용면적 ㎡당 920만원이었다.

반면 SH가 지은 ‘세곡지구 2-1단지’의 전용면적 ㎡당 건설원가는 436만원으로, 수유팰리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 건설원가를 적용하면 전용면적 24㎡ 아파트를 짓는 데 1가구당 1억원이 필요하다. 36가구를 짓는다면 총 37억 6353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수유팰리스를 사는 값이면 세곡 2-1 아파트를 두번 짓고도 남는다”며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는 가격으로 공공주택을 직접 지었다면 세금 41억 8597만원을 낭비하지 않았거나 더 많은 공공주택을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SH 고덕 강일 4단지의 ㎡당 건설원가는 512만원, 오금 1단지의 ㎡당 건설원가는 486만원으로, 역시 수유팰리스의 50%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대원 칸타빌 수유팰리스’. 대원 칸타빌 수유팰리스 홈페이지 제공

매입임대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LH가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으로 알려진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추가 할인 없이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7차례의 무순위 청약에도 ‘완판’에 실패해 15% 할인 분양에 들어간 상태였다.

LH는 “통상적인 매입 기준에 따른 정상적 거래”라고 해명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이 가격에 샀겠냐”며 LH 매입임대주택 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사업 실패를 국민 혈세로 보전해주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LH가 집값 상승기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점도 지적했다. LH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서울·경기 임대주택을 사들이는데 총 5조8038억원을 사용했는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2019년에만 2조1691억원을 썼다.

5년간 가구당 평균 매입가격은 2억4000만원, 가구당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이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69%로, 국토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2020년 69%)와 차이가 없다. LH가 공시가격 수준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실련은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 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며 “서울·경기 지역에서 벌어진 LH의 무분별한 주택 매입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역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강제 수용한 공공택지 내 아파트는 민간 건설에 팔아버리고, 공공주택이 어렵다며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기존주택 매입임대’ 사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며 “정작 공공택지 내 공공주택을 직접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은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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