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탈 혐의’ 배구 조재성·축구 2명 등 기소…운동선수 총 8명

배구선수 조재성

프로배구 조재성(28)과 프로축구 선수 2명을 포함한 병역 면탈 혐의자와 공범 등 4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박은혜 부장검사)는 9일 프로스포츠 선수와 가수, 배우 등 병역 면탈자 42명과 이들을 도운 가족·지인 5명 등 총 47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병역 면탈자 42명은 이미 구속기소 된 브로커 구모 씨로부터 맞춤형 시나리오를 건네받아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한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거나 등급을 낮춘 혐의를 받는다.

의뢰인들은 뇌전증 발작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 응급실에 이송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1~2년에 걸쳐 뇌전증 환자라는 허위기록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뇌파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없어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했다.

구씨는 이들이 가짜 환자로 들통나지 않도록 병원 검사 전에 실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시키고 점검하기도 했다.

함께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은 브로커와 직접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하거나, 119 신고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병역 면탈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구씨는 병역 면탈자들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각각 300만~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가 이들에게서 받은 돈은 6억3천425만원에 달한다.

기소된 병역 면탈자 중에는 배구 조재성 외에 프로축구·골프·배드민턴·육상·승마·조정 등 운동선수 8명과 그룹 빅스의 라비, 배우 송덕호 등이 포함됐다. 프로축구의 경우 2명으로 한 선수는 올겨울 국내 새 팀 입단이 취소됐다.

구씨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신체검사를 앞둔 의뢰인과 짜고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지난해 12월 21일 구속기소 됐다.

구씨는 지난달 27일 첫 공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브로커들 및 나머지 면탈자 다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라며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의 병역 면탈 관련 의혹 등 새로운 혐의들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병역법 86조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또한 면탈 행위가 드러나면 기존 병역처분이 취소돼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다시 복무해야 한다.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되지만 병역 면탈자는 제외된다.

황효이 온라인기자 hoyfu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