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에 페르메이르 걸작 28점 고국 전시 … 세계가 '흥분'

암스테르담 레이크스뮤지엄서
10일 개막 앞두고 20만명 예약
7개국 14개 박물관서 작품 모아
사상 최대 규모로 신드롬 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이크스뮤지엄에서 관람객이 '진주 귀걸이 소녀'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제공=Rijksmuseum/ Henk Wildschut】

네덜란드의 거장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현존하는 작품 대부분을 모은 사상 최대의 전시를 앞두고 20만명이 사전 예매를 하며 '페르메이르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10일 개막해 6월 4일까지 열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이크스뮤지엄의 전시 '페르메이르'는 전 세계에 흩어진 37점에 불과한 그의 작품 중 28점을 고국으로 귀환시켰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실내 풍경, 밝고 화려한 빛을 전례 없이 사용하고 설득력 있는 환상주의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와는 대조적으로 페르메이르는 매우 적은 작품만을 남겼다.

이번 '가족 상봉'에는 200년 동안 네덜란드로 돌아오지 못했던 그림 7점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많은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가 소장한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 귀걸이 소녀'(1664~1667)도 암스테르담으로 건너와 4점의 작품을 보유한 레이크스뮤지엄의 대표작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 '리틀 스트리트'와 만나게 된다.

전 세계 기자와 비평가 150명이 모인 사전 공개에서 레이크스뮤지엄의 타코 디비츠 전시 감독은 이번 전시를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1995년부터 1996년까지 21점을 모은 이후 최대 규모"라며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릭 컬렉션이 리노베이션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7개국 14개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뉴욕 밖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릭 컬렉션의 세 작품을 대여했다. '안주인과 하녀' '음악에 방해받는 소녀' '장교와 웃는 소녀'가 대서양을 건넜다. '성 프락세디스'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대여했다.

이번 '지상 최대의 쇼'를 앞두고 박물관 큐레이터와 과학자들은 베일에 싸인 그의 삶과 작품 속 미스터리를 풀고 화법을 해독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도 병행했다. 뮤지엄은 "연구를 통해 페르메이르의 개인적인 상황을 밝혀주는 새로운 출처를 찾아냈다. 우리는 그의 사회적 지위, 생활 환경, 예술가 및 동료 시민들과의 접촉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프릭 컬렉션 소장품으로 200년만에 고국에서 전시된 '장교와 웃는 소녀'. 【사진 제공=Joseph Coscia Jr】

대표작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정밀 촬영해 덧칠된 캔버스 이면에서 항아리 홀더와 화로를 찾아냈다. 다른 작품에서도 밑그림이 발견되면서 아주 느리고 정교하게 작업하는 화가로 알려진 그의 작업 방식은 재발견됐다. 뮤지엄은 "페르메이르가 아주 천천히 완벽한 구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는 통념은 수정돼야 한다"며 "그의 최종 결과는 내성적이고 사색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작업 방식은 기교적이고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레이크스뮤지엄은 초고해상도로 작품 28점을 촬영한 디지털 전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연다. 10일에는 레이크스뮤지엄 순수미술 부문장인 그레고르 J M 베버가 집필한 전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믿음, 빛, 성찰'도 출간한다.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페르메이르에게 예수회가 끼친 완전한 영향력에 대해 처음으로 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오브스쿠라를 신의 신성한 빛을 관찰하는 도구로 여겼던 예수회를 통해 접한 뒤 페르메이르는 자신의 작업에 이 도구를 활용한 것으로 이 책은 분석했다. 28점에 불과한 작은 그림들을 거대한 전시장에 걸기 위해서 뮤지엄은 그림들을 한자리에 묶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그림에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뮤지엄은 프랑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장 미셸 윌모트와 함께 필립스동 10개 갤러리를 모두 디자인했고 11개의 주제 섹션으로 나눠 전시를 꾸몄다.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는 지난해 페르메이르 작품으로 알려진 '플루트를 든 소녀'를 위작으로 판명했지만, 레이크스뮤지엄에서는 이 결정을 반박하듯 이번 전시에 포함했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