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참석···‘신형 ICBM’ 핵무력 집중 과시
북한이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거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개 연설을 하지 않았으며 대신 핵무력을 위시한 군사력 과시에 집중했다. 북한이 한국·미국과 정치·군사적으로 강하게 대립하는 한반도 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매체들은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거행됐다고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배우자 리설주 여사, 딸 김주애,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김주애는 열병식 전날 군 기념연회에 등장하고 이틀째 공식 석상에 나왔다.
열병식에는 전술·전략핵 미사일 부대들이 등장해 핵무력을 집중적으로 뽐냈다. 전술미사일 부대와 장거리순항미사일 부대 등 전술핵 운용부대는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 능력”을, ICBM 부대들은 “최대의 핵 공격능력”을 과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화성-17형 ICBM이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실려 대거 등장했다. 기동성과 은밀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고체연료 엔진 장착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도 포착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구호를 되새기며 “세계 최강의 전략무기 완성”이라는 군사적 성과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수령 결사옹위야말로 우리 혁명 무력이 창군의 첫 시기부터 신념의 표대로 내세운 최대의 사명”이라고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강조했다.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쏠렸던 김 위원장의 연설은 없었다. 열병식 전날 군 기념연회에서 이미 연설했고, 지난 1월1일 공개된 신년사격의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강 대 강’ 대외 전략을 분명히 밝힌 만큼 추가 연설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고 식량난 등 내부 사정이 복잡한 상황도 고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이 메시지보다 열병식 행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열병식 행렬에) 역대 군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고인들의 초상화를 전부 들고 나왔는데 이는 처음 있는 행동”이라며 “북한 정규군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춰 열병식 주인공은 군이라고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추세대로 주간이 아닌 야간에 열병식을 연 것도 군과 무기 행렬에 대한 시각적 주목을 키우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신형 ICBM 개발 등 핵무력을 고도화하려는 북한의 군사적 행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엔진 시험 당시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지난달 1일 공개된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올해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다른 대륙간탄도미싸일 체계 개발”을 시사한 상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전개 등 향후 한·미 연합훈련이 본격 전개됨에 따라 이에 비례해 북한의 도발적 군사행동 수위도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2일 시사한 것처럼 지난해와 달리 한·미 훈련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여지는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이 날로 악화되는 식량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며 전시성 대규모 동원 행사에 귀중한 장비를 낭비하고 있는 데에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무모한 핵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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