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난해 순이익 15조8506억원···당국 압박에 올해는 ‘글쎄’

최희진 기자 2023. 2. 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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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각 사 제공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금리 인상과 이자 이익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16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를 틈타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논의가 나오고 있고, 금융사들은 배당성향 확대, 수수료 감면 등을 잇달아 내놨다.

올해는 고금리가 완화되고 있고, 금융당국도 예대마진 축소를 촉구하고 있어 지난해만큼 이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는 예단하기 어렵다.

9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8%(996억원) 증가한 3조6257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자 이익은 8조9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1조4826억원) 불었고, 수수료 이익은 전년 대비 6.4% 축소된 1조7445억원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은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 대해 “기업금융, 외국환 등 그룹의 강점을 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환 매매익(5161억원)이 전년 대비 1246.7%(4778억원) 급증했고, 수출입 등의 외환 수수료는 전년 대비 37.0%(559억원) 증가한 207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공시한 KB·신한·우리금융도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0.1%(38억원)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6230억원) 늘어난 4조64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로써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2.5%(5810억원) 급증한 3조16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을 합산하면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077억원(8.99%) 늘어났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는 배당성향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달 상장 금융지주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 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올해도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배당성향 26%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해 총주주환원율을 33%로 높이기로 했다.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신한금융 이사회도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865원(연간 2065원·배당성향 23.5%)으로 정하고,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추기로 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기말 배당을 2550원으로 결의했다. 이미 지급한 중간배당 800원을 포함한 총현금배당은 전년 대비 250원 증가한 3350원이다. 하나금융은 또 연내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27%로 상향 조정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총주주환원율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주당 1130원(중간배당 150원 포함)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하고, 총주주환원율을 30%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지주가 올해도 실적 경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멈추고 금융안정으로 긴급 대출수요가 줄 경우 이자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도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가 지난해 8월 1.46%포인트에서 12월 0.63%포인트로 하락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1.63%포인트에서 0.61%포인트로 예대금리차가 좁혀졌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우크라이나사태가 장기화돼 글로벌 금융불안이 이어질 경우는 올해도 지난해 버금가는 실적을 남길 수도 있다. 통상 금융불안때는 예대마진도 확대된다.

대출 금리를 내리라는 당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은행에)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은행에) 있다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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