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에 지주들 반발[현장에서]
지난 7일 대구 동구 봉무동 파군재삼거리. 팔공산 진입로인 이 곳을 시작으로 ‘팔공산은 우리가 주인이다’ ‘지주 동의 없는 팔공산국립공원 결사반대’ 등이라고 적힌 펼침막 수십장이 도로변에 내걸려 있었다.
인근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모씨는 “(팔공산이) 도립공원 구역으로 묶여 있던 수십년 동안 땅주인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땅값이 더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과 대구시·경북도 등 지자체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산인 팔공산(125㎢)의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 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이 재산권 보호와 도로 신설 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환경부가 수용 범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대구·경북지역에 걸쳐 있는 팔공산은 1980년 5월 자연공원 중 하나인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는 팔공산의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만큼 격을 높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분포나 문화재 현황 등을 살펴 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곳을 국립공원으로 정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19년에 진행한 조사에서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종 18종을 포함해 5296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보 2점과 보물 28점 등 지정문화재 91점도 팔공산 자락에 있다. 대구시·경북도는 도립공원 지정 41년 만인 2021년 5월 국립공원으로의 승격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지정·공원 계획안을 공개하고 주민 공청회 및 열람 절차 등을 진행했다. 계획안에는 공원경계 및 계획 조정으로 사유지 일부가 해제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 시 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지주들은 우려한다. 공원 승격 논의가 2012년 처음 나왔다가 무산된 이유도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대구시는 현재 2300여명이 공원부지 면적의 약 63%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주들은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유재산 보호와 도로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립공원으로 묶였던 땅을 국립공원 지정을 계기로 상당부분 풀거나 시세에 맞게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락철마다 되풀이되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도로 신설도 원한다.
이들은 현재 도립공원 내 토지의 경우 3.3㎡당 20만원 정도지만 공원구역에서 벗어난 땅은 200만~3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성덕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장은 “한 사람이 소유한 여러 필지의 농경지가 공원 구역과 맞붙어 있거나, 경계에 있는 사유지에 대해선 환경부가 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토지 형태에 따라 (공원구역 해제와 관련한) 변수가 많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환경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에서 사유지 해제 등과 관련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탐방객 수가 늘고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주민들과 소통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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