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차기 대표 후보 백지화…“공개 경쟁 거쳐 재선임”

김재섭 2023. 2. 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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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 ‘깜깜이 심사’ 비판에 원점서 재추진
2월10~20일 공모…외부 전문가들로 ‘자문단’도
KT “구 후보가 요청…재공모 절차에도 참여” 밝혀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 KT 제공

케이티(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사장·최고경영자) 후보로 확정한 것을 백지화하고, 공개 경쟁 방식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 추진한다. 구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두고 ‘셀프 연임’ 내지 ‘깜깜이 추천’ 비판이 제기되는데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분산 기업’이란 표현으로 에둘러 문제제기를 하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는 “공정 경쟁”을 앞세우지만, 경영일정 차질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 이사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공개 경쟁 방식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차례 심도있는 논의 끝에 공개 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이사회 결정은 구 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공개 경쟁에 구 대표도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 결정에 따라, 케이티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들을 모은다. ‘경제·경영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2월10~20일 응모 서류를 접수한다. 또한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를 구성해 후보자 검증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에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추천된 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이사회가 정한 심사 기준과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들로부터 받은 ‘최적의 케이티 대표이사 모습’ 의견을 잣대로 심사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 1명을 확정한다. 케이티 이사회는 “사내이사들은 모든 심사 과정에서 빠지기로 했다”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 내부에선,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또 구 대표로 정해지면, 국민연금은 또 반대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구 대표가 공모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 새노조는 이날 ‘구 사장 사퇴가 먼저다’ 성명을 내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사회는 대혼돈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비상한 사명감을 갖고 신속히 정치자금법 및 횡령 관련자를 제외한 상태로 재공모 재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아울러 구현모 사장이 케이티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이번 재심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티의 한 직원은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3번이나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회사 경영이 차질을 빚고, 이미지가 훼손된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케이티 전직 임원은 “케이티 이사회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며 “만일 차기 대표이사가 현직이 아닌 외부에서 선임되면, 임기 내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게 됐다”고 짚었다.

앞서 케이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해 발표했다. 연임 자격 심사 절차로 정했다가, 구 대표 요청을 이유로 경선 절차를 추가로 밟았다. 하지만 현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연임 자격 심사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정하는 절차가 케이티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이후 진행된 경선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셀프 연임’ 내지 ‘깜깜이 추천’ 논란이 일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케이티 이사회가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어 “최고경영자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원칙 가이드라인을 보면, 배임·횡령 혐의자는 반대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주주명부 폐쇄일(지난해 12월27일)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은 10.13%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려는 자율 지침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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