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곽해용의 행복골프]

김민규 2023. 2. 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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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2500년 전 중국에서 천자의 나라 주(周)가 쇠퇴한 후 제, 진(晉), 초, 진(秦), 오나라 등이 우후죽순처럼 탄생하던 춘추시대에 등장한 손무의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돼있다.

전쟁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사업 등에서 난제를 풀어야 할 때, 대책없는 무모함으로 덤비기보다 나와 마주해야 하는 상대가 누구이며 정체성은 무엇인지, 나의 강·약점을 우선 알게 하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병법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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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미 선수가 지난 2021년 제7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대회 17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제공 | KLPGA
[스포츠서울]‘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2500년 전 중국에서 천자의 나라 주(周)가 쇠퇴한 후 제, 진(晉), 초, 진(秦), 오나라 등이 우후죽순처럼 탄생하던 춘추시대에 등장한 손무의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돼있다. 지금도 전쟁을 대비하는 자들의 필독서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읽히는 고전이다. 예전에 손자병법 수업을 들으며 예습 분량을 매번 10번씩 자필로 써서 제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부전승(싸우지 않고 이김)이다. 그러나 병자(兵者)는 궤도(속임수)라 할 정도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라고 한다. 오늘도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전쟁같은 하루를 치르는 우리는 손자병법에 빗대어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는 경쟁보다 협력, 합의 등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골프 또한 자신과의 싸움이요, 인생 최고의 유희라 믿는 이들에게 생사를 오가는 비유들은 다소 멋쩍고 피곤한 일이기는 하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명언이 손자병법에 나온다. 적(彼)을 알고 나(己)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아니라 불태(不殆), 즉 위태롭지 않다는 얘기다.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적과 나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명언 만큼은 골프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최고의 병법이다.

골프에서 상대란 맞닥뜨리는 선수나 골프장의 기상과 지형이 될 수 있다. 골프도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상대 선수의 기세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 전쟁 전에 신중하게 이해득실을 따져보라는 손자병법 시계(始計)의 5가지 요소(도·천·지·장·법)에도 ‘천’(기상)과 ‘지’(지형)가 있다. ‘천’은 어둡고 밝음, 춥고 더움을 말한다. 바람의 세기, 강수 등 기상에 따라 구질과 탄도의 높낮이도 달라진다. ‘지’는 멀고 가까움, 험하고 평탄함, 넓고 좁음, 유리함과 불리함이라고 했다. 또 적과 나를 비교하는 요소 중에도 천지숙득(天地孰得), 천지의 숙지 여부가 포함돼 있다.

골프장 코스에는 산악코스, 구릉코스, 하상코스, 임간코스 등이 있다. 벙커, 러프 등 지형에 따라 샷의 자세도 다르다. 평탄한 연습장에서는 잘하는데 험한 필드에만 나오면 제대로 적응하기가 어렵다. ‘직선으로 가는 것이 빠른 것은 아니다, 보병으로 할지 기병으로 할지 그 이로움을 따진다’는 손자병법은 드라이버로 무리하게 공략하기보다 우회하는 게 나을 수 있고, 골프채는 남은 거리를 따져 다음샷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 골프장 코스는 기-승-전-결을 거치도록 설계돼 있다. 첫 홀은 편안하게 출발하더라도 다음부터는 어렵고 쉬운 홀의 반복이다. 통상 인코스 마지막 16~18번 홀은 어렵게 만들어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각 홀의 핸디캡(handicap, 1~18로 홀마다 할당. 1이 가장 어렵고, 18번이 가장 쉬운 홀로 홀별 난이도 표시)에 대한 정보도 그냥 흘리지 말고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골프를 흔히 플레이어와 설계자와의 두뇌 싸움이라고도 말한다.

전쟁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사업 등에서 난제를 풀어야 할 때, 대책없는 무모함으로 덤비기보다 나와 마주해야 하는 상대가 누구이며 정체성은 무엇인지, 나의 강·약점을 우선 알게 하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병법을 떠올려보자. 이길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곽해용 칼럼니스트·곽보미 프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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