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000명 줄이겠다”...잘 나가는 이 기업, 해고하겠다는 이유는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2.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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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국 위상 찾은 디즈니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호실적에도 직원 감원 발표
“55억달러 비용절감 기대해”
조직체질 개선에 주가 신바람
<사진=연합뉴스>
과거 ‘콘텐츠 제국’ 월트 디즈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복귀 후 월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받으며 디즈니 주가가 8일(현지시간) 상승했다.

엔데믹(풍토병화) 장세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로 디즈니 파크 및 체험 사업부문의 실적이 21% 성장한 점이 주효했다. 다만 디즈니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분류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유료 가입자수 및 수익성이 정체 상태에 빠진 건 향후 디즈니가 풀어가야 할 장기 숙제로 평가된다.

이날 디즈니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으로 235억1000만달러(약 29조6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234억3000만달러에 부합하는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8% 증가했다.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배급 사업 부문의 성장률은 1%에 불과했지만 엔데믹 장세에 따른 디즈니 파크·체험·제품 매출액이 21% 급증했다. 주당순이익(EPS)의 경우도 0.99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측치(0.79달러) 대비 25.3% 상회했다.

디즈니는 “고객들이 공원, 호텔, 크루즈는 물론 지니플러스 등 부가적인 디지털 공간·제품을 체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썼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호실적과 함께 비용절감 계획도 발표했다. 향후 글로벌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측은 이번 정리 해고를 통해 55억달러(약 6조9400억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디즈니는 조직 운영 효율화를 위해 향후 사업 부문을 △엔터테인먼트(영화·텔레비전·스트리밍) △ESPN(스포츠) △테마파크 3개로 나눠 회사를 재편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디즈니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의 배경은 과거 디즈니의 영광을 이끌었던 아이거 CEO의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한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에 따르면 최근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서 300만달러(약 37억85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미디어 지출 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의 핵심인 창의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는 비용을 줄이면서 창의성을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매체인 CNBC는 “아이거 CEO가 다시 디즈니의 지휘권을 잡게 되면서 디즈니는 비용을 줄이고 콘텐츠 제작의 손에 창의력을 되돌려줌으로써 비즈니스의 중요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실적과 비용 절감 계획 발표 후 디즈니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했다. 8일(현지시간) 기준 디즈니 주가는 지난해 말 단기 저점(84.07달러)에서 32% 급등한 111.78달러에 머물고 있다. 단기 반등세를 보여주긴 했지만 현재 디즈니 주가는 팬데믹 발발 이전 수준(140~150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21년 3월 주가는 203.02달러로 역사적 고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여전히 ‘반 토막’ 수준인 것이다.

월가에선 디즈니 주가가 과거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선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수가 순증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OTT 공룡인 넷플릭스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월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이익 수준을 발표했지만 구독자수가 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디즈니가 배급한 영화 아바타2가 개봉 후 흥행 기록을 이끌긴 했지만 콘텐츠 판매·라이선싱 사업부문이 디즈니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디즈니가 가장 큰 돈을 벌어들이는 부문은 OTT 디즈니플러스와 ESPN플러스, 훌루(Hulu) 등으로 대표되는 다이렉트컨슈머 사업으로 매출액의 36%를 차지한다.

중요한 건 디즈니가 성장 동력으로 사업 확장 중인 디즈니플러스의 유료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줄었다는 점이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후 첫 가입자 수 순감이다. 디즈니플러스 코어와 핫스타를 포함한 유료 가입자 수는 1억6180만명으로 직전 분기(1억6420만명)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리그인 ‘인도 크리켓 프로 리그(IPL)’ 중계권을 상실해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가입자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익성에 있어 중요한 디즈니플러스 코어의 유료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이 줄은 점이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요금제가 코어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디즈니플러스 코어의 이번 분기 유료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은 5.77달러로 직전 분기 보다 3% 감소했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월평균 수익은 28% 급증했지만 기본적인 수익성이 디즈니플러스 코어의 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ESPN플러스 및 훌루의 가입자 수는 각각 2%씩 증가했다.

현금흐름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의 이번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1억5500만달러(약 -2조7100억원)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 잉여현금흐름(-11억9000만달러) 대비 더욱 악화됐다.

월가에선 디즈니가 팬데믹 이후 중단해 온 배당 정책을 올해 말부터 재개할 계획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의 비용 절감은 배당 정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배당금 수준이 적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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