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후 독해졌다…여자 야구 에이스 김라경의 꺾이지 않는 마음[스경X인터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일본 여자 실업리그 무대에 진출한 김라경은 지난해 6월 일본으로 향했다.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한 그는 꿈에 그리던 일본에서의 마운드에 섰다.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올라간 게 그의 첫 등판이었다.
그런데 연습 투구를 하던 중 발을 잘못 디뎠더니 무게 중심이 팔에 쏠리게 됐다. 그 순간, 팔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상황이 안 좋구나’라고 느끼던 차에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팔에 통증이 몰려왔다. 김라경은 결국 첫 타자의 몸을 맞히고 팔을 부여잡고 마운드에서 쓰러졌다. 김라경의 일본에서의 첫 등판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11월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른바 ‘토미 존 수술’은 1년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라경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다시 일본 리그에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김라경은 7살 터울의 오빠 김병근을 따라 다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단 한 번도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2015년 중학생 신분으로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2016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 야구 월드컵에 출전했다. 2019년에는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 미국전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전세계 여자 야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1년에는 여자 야구팀 ‘JUST DO BASEBALL(JDB)’을 직접 창단하기도 했다.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김라경은 일본 여자 야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사히 트러스트 쪽에서 김라경의 재능을 높이 샀고 지난해 꿈의 무대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비자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고 6월이나 되어서야 유학생 비자로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꿈은 한 경기만에 끝났다.
김라경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수가 안 되면 타자로라도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친 팔을 다시 살리기 위해 바쁘게 살았다. 재활을 하면서 일본어 공부도 하고 눈코뜰새없는 나날을 보냈다. 김라경은 “재활을 하면서 근육도 많이 올리고 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만들었다. 그런데 캐치볼을 해도 팔이 안 올라와서 한국에서 검사해보니 수술해야겠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시련은 김라경을 더 성장하게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 팔이 잘못됐구나’라고 나 스스로도 느끼고 상실감이 컸는데 부상을 입어서 동기부여가 더 된 것도 있다”며 “한이 맺혀서 악으로, 독기를 품고 준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라경은 “다치고 나니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내가 뭐가 잘못됐었는지 알겠다. 그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페이스대로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 트러스트 팀과 함께 동행하면서 동료들이 뛰는 모습이 자극이 됐다. 김라경은 “팀에서 재활밖에 안 했지만 경기를 지켜보면서 ‘저기에서 같이 뛰고 싶다. 나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오빠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오빠 김병근 역시 부상과 수술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라경은 “문득 ‘야구를 다시 못하는 순간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은 내 몫이다. 그걸 잘 이겨내는게 관건인 것 같다”고 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그 날을 위해 재활 트레이닝 센터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현재는 기초 재활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브리온 컴퍼니’와 매니지먼트 계약도 하며 본격 일본 야구 진출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라경은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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