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 후 똘똘이로 만드는 'PMI 마법공식' 제1편-비전[김태엽의 PEF썰전]

2023. 2.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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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대표 taeyub.kim@affirmacapital.com
이 기사는 02월 08일 16: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다들 고금리에 이제 적응들 되셨는지 모르겠다. 훈풍인지 산들바람인지 아님 태풍의 눈인지, 이국만리 뉴욕 땅에서는 칼바람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자금 사정도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아직 불황의 끝은 멀지만 긴긴 터널 끝에 반짝이는 샛별이, 아님 희미한 빛이 보일랑말랑 한 시기에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쨌거나 필자의 칼럼을 열심히 읽으신 분들께서 R선생에 쫄지않고 나스닥이나 코스피 인덱스를 사셨다면 축하드린다, 두 달도 안돼 5~15% 정도 버셨겠다(한턱 쏘시라 - 월드콘 부라보콘).

이야기가 샜는데, 어쨌거나 언행일치는 의식있는 현대인의 필수 덕목인지라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 줍줍을 계속 세게 하고 있는 필자와 동료 줍줍러들을 위해, 오늘은 이렇게 줍줍한 회사들을, 혹은 조직들을 가지고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나누어보겠다. 이른바 인수 후 합병 (Post-Merger Integration, PMI), 혹은 투자 후 사후관리의 비법들. 음, 눈치 채셨나? 맞다, 칼럼 최초로 이번 건은 시리즈 물이다. 3부작인데 원래 1탄이 흥행을 해야 속편이 나오니 뜨거운 댓글들 부탁한다. 삐치면 주인공 죽이고 시리즈 끊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퀴즈를 한 번 내 보겠다. 회사를 사고 나서(음, 좀 현실감이 없나? 그럼 "조직 개편으로 10명 짜리 팀을 물려 받고"라고 바꿔서 읽어보셔도 되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자 부담 갖지 마시고 대답해보시라, 객관식이다.

1) 회사의 은행 잔고를 확인하고 OTP와 통장, 인감 도장 확보하기
2) 인수한 회사의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인수 사실을 알리고 인사하기
3) 인수를 주도한 팀들한테 칭찬하고 상주기
4) 인수한 기업의 영업처한테 인사하고 떡 돌리기
5) 인수한 회사의 자산, 부채, 인사 파일 뒤져 보기
6) 인수한 기업의 사업계획을 다시 세우고 팀별 목표 주기
7) 왜 인수했는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기   

너무 쉽나? 여러분의 정답은?
.
.
.
좀 스크롤을 하고 정답을 이야기 해줘야 하니 뜸을 들이겠다. 두둥. 

맞다, 정답은 1개 이상이다. 정답은 1)-7)번 전부다. 근데 이러면 재미가 없다. 당연히 이 문제에는 함정이 있다.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인수한 바로 첫날에 해야 하는데(눈치들 채셨나? 은근 비법 공개였다), 물론 이것 말고도 엄청 해야할 일이 많다. 진행 중 소송은 없는지, 노조위원장님은 안녕하신지, ERP는 잘 돌아가는지, 인허가/공시/등록은 잘 되어 있는지, 계약서상 후행 조건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등등. 함정의 핵심은 “누가 해야하냐”이다.

OTP를 확보하는 건 CFO의 첫 번째 일이고, 영업처에 떡 돌리는 건 영업 담당 총괄의 첫 임무다. 당연하게 인수"된" 기업의 CEO는 직원 소통을 책임져야 하고 인수를 주도"한" 기업의 CEO는 인수/전략 팀들을 격려하고 동시에 그 실무자 총괄에게 계약서상 선행/후행 요건들을 바로바로 챙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이런 인수를 주도한, 인수한 기업의 오너 여러분들, 혹은 조직 개편을 주도한 여러분들, 혹은 이렇게 인수 혹은 투자를 꿈꾸는 여러분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찐" 정답은 바로 7)번 "어, 내가 이걸 왜 인수했더라?" 이걸 반드시 잊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한다!!!!

PMI 마법 공식 제 1원칙: 조직의 비전을 (얼른) 정하고 (빨리) 나누라

한 10여년 전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아주 귀여워하는 L모 후배가 있는데, 이런 저런 다양한 경력을 거치고 경력자로 S모 그룹의 신규 사업을 주도하는 멤버로 조인하게 되었다. 화려한 학력과 더욱 화려한 외모, 그리고 외국계 D모, C모 기업을 줄줄히 섭렵하고 이직하게 된 터라 본인도 주변인도 기대가 컸다. 옆에서 몰래 지켜보던 필자 또한 그가 얼마나 S그룹에서 잘 대우를 받는지, 그리고 S그룹의 최고경영진은 L이 포함된, 새롭게 구성된 팀을 어떤 생각을 갖고 트레이닝시키는지, 무엇보다도 국내 굴지의 S그룹은 신입 경력 사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너무너무 궁금했던 차여서, 필자는 좀 민망할 정도로 요리조리 꼬치꼬치 캐물었다.   

"뭐하느라 이렇게 바빠? 왜 집에는 안들어가?? 왜 이렇게 늦게까지 사람을 잡아둬???"

첫 2주를 보내고 만난 L후배의 얼굴은 이른바 누렇게 떠 있었다. 엘리트들의 집합소라는 S그룹의 핵심 계열사임에도 L후배의 첫 2주, 아니 거의 한 달은 업무와 전혀 무관해보이는 일들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룹의 역사,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 그룹 노래, 그룹의 비전/미션/핵심가치, 미래전략, 인재상, 하다 못해 계열사 스포츠단의 응원가까지 달달달 외우고 쪽지 시험 보기를 계속 한 것이었다. 합숙은 그보다 더 했는데, 매일 새벽에 일어나 구보를 뛰고, 매스게임을 연습하고, 팀별로 모여 공연 준비를 하고 또 이걸 촬영했다. 회사에 들어갔는지 학교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던 L모 후배는, 그러나 투덜거리는 말과는 달리 뭔가 묘하게 분위기가 바뀌어져가는 게 눈에 보였다. 호오라, 현대판 세뇌 교육인가?

거의 한 달을 이런 정신교육, 육체교육, 그리고 단체생활에 시간을 보내고 비로소 본인이 가기로 한 계열사에 배치를 받으면서, L후배 본인만 못느끼는,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주변 선배 누나 동생들은 다 느낀 그 ‘분위기’의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그 농도가 빠르게 찐해졌다. 다양한 그룹 계열사의 동기들과의 끈끈한 유대감과 묘한 경쟁심, 그리고 회사 시스템 및 기업 문화에 대한 사전 교육이 빡세게 들어간 결과, 실제 배정받은 팀에서의 적응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끝나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S그룹은 이른바 피 색깔도 푸르딩딩하다는S그룹 인재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비전/전략/인재상에 대한 집착"은, 이른바 톱티어 그룹 혹은 기업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필자가 컨설턴트로 일할 때 진심 애정을 가지고 일했던 고객사 X그룹 역시 새로운 회장단과 세대 교체(승계)를 하면서 ‘비전’과 ‘미션’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정말 말 그대로 수백억을 썼는데(감사합니다 고객님), 이 때의 경험은 필자가 향후 투자업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X그룹의 비전 프로젝트를 거의 1년 가까이 하면서, 필자는 운이 좋게 지근거리에서 A회장님이 얼마나 회사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인재상을 정의하는 데 수많은 고민과 비용을 지불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이른바 ‘비전 수립 전문가’를 멀리 미국에서 비행기로 매주 모셔서 회장님과 1:1로 상담을 하고, 회장님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여진 꿈들, 바라는 것들, 세세한 생각들, 그리고 심지어는 세세한 가족사와 본인이 회장이 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형제들/사촌들 그리고 삼촌들과의 경쟁, 그리고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 그런 경험에서 오는 아쉬운 점들, 새롭게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정말 섬세하고 개인적인 언어로 끄집어내는 작업이었다. 종종 긴긴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회장님의 눈가에서는 눈물 자국 같은 것들이 보일 때도 있었고, 개인 세션 동안 외부인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필자가 보기에 그 외국인 전문가 분은, 마치 컨설턴트라기 보다 오히려 상담 심리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A회장님이 이런 심리상담 세션 같은 시간을 오랜기간 보내면서 정말정말로 깊은 고민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필자는 지금도 X그룹, 그리고 A회장님의 찐팬이 되게 되었고, 필자도 새로운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때 종종 그 흉내를 좀 내려고 하고 있다.   

자자, 그럼 감동의 도가니탕, 추억팔이는 이제 그만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기업을 인수하면 비전/미션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최소한 전세계 top tier들은 다 그렇게 한다 여러분!) 그런데 진짜로 나같은 동네 회사에게도 비전/미션이 중요한가? 

또 하나 과제를 내 보겠다(농담 아니다 오늘 당장 해보시길 바란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중요한 임원, 팀장, 본부장들을 점심 먹자고 불러 모아서 볼펜과 포스트잇, 혹은 이면지를 나눠주자. 그리고 매드포갈릭에서 맛있는 피자를 시켜 먹으면서 이렇게 질문해 보셔라.

"에,, 또,, 여러분,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의 비전과 향후 2~3년간 가장 중요한 전략을 적어봅시다. 한줄씩만~"

실제로 (비밀인데) 필자가 투자를 검토할 때 투자 대상 기업의 핵심 임원이랑 CEO를 독대할 일이 있으면 본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대화 중 슬쩍 물어보는 질문 중 1번이 바로 이거다. 미래 전략과 비전. 그럼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한가?

불행히도 이렇게 물어보면 10중 9.5는 중구난방의 대답들이 나온다. 아니 우리 회사에 중장기 비전과 전략이 있었던가 반문하는 임원들, 팀장들도 종종 나오는데, 한숨이 나오지만 슬퍼하지 마셔라 그게 정상(정확히는 평균)이다. 이메일로도 좋다, 지금 당장 해보자.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 내 입에 걸려있는 오징어 왕다리를 걸고 장담컨대 아마 가지각색일 것이다(10명 중에 통일된, 아니 최소한 비슷한 답이 5명 이상 나오시는 분은 필자에게 DM 보내주시라. 오징어 선물세트 보내드리겠다). 이렇게 기존에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도 모호하다면, 새롭게 인수하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은 정말 정말 오리무중일 것이다. 이런 오리무중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조직은 불안감에 휩싸이고(혹시 점령군이 들어와서 다 짜르는거 아냐?) 갈때가 있는 훌륭한 에이스들부터 조직을 떠난다.   

오케이. 비전 미션이 중요하다고 치자.  자 그럼 이놈의 비전과 미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방법은 아주아주 간단하다. 

BCG나 매킨지, 베인 같은 주변에 흔한 컨설팅 사에 전화한다 → 프로젝트 의뢰를 한다 → 1년에 100억에서 150억 정도를 지불하고 슬라이드 20~30장 정도를 1년 있다 받는다. 끝! 참 쉽죠?

근데 100억이 좀 아깝다 싶으면 또 방법이 있다. 5억만 깎… 아니 그게 아니고, 멋있는 말로 벤치마킹, 속된 말로 컨닝을 하면 된다! 

물론 전 세계에서 그 어떤 기업도 만든 적이 없고 나온 적이 없는 독창적인 기업 비전과 미션을 만들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원래 개고생은 사서해야 제맛이다). 근데 우리 CEO들, 창업주들, 엄빠들은 시간이 금이지 않은가? 전직 컨설턴트로서 고백하는데, 사실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것보다 유에서 새로운 유-2로 개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 나의 경영철학과 내가 인수한 혹은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비슷한 전 세계 top tier 회사들을 찾아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전 & 미션 탭을 누르고 그걸 복사헤서 쭉 모아서 번역해서 쓰면 되나?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지? 사실 그래도 된다!

물론 여기서의 핵심은 (a) 누구를 (어떤 회사를) 벤치마킹 할 것이지, (b) 그걸 어떻게 번역/해석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보자.

영유아용 스낵을 주력으로 하는 B과자회사가, 필자가 한달 전에 우리 직원들을 모아두고 이제는 바닥이니 사야한다고 주장했던 희대의 문제아 테슬라의 비전 “to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energy”을 가져다 두고 벤치마킹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 역시 두 번째 포인트, 즉 (b) “인수한 회사를 앞으로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그런 변화에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에 따라 과자회사가 엉뚱하게 테슬라의 비전을 따라해도 괜찮을 수 있다! (뿅!)  

예를 들어 B과자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존의 지루한 밀가루 튀김(유탕류) 형태의 제품에서 비건, 건강 기능성분, 대체 단백질 고함량의, 준건강기능 식품 같은 과자로 옮겨간다면? 만약 미래의 갈 길이 이렇다면, 지루한 자동차 산업에 파란을 일으킨 테슬라의 미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자자, 구라를 좀 더 쳐보자. “우리의 미션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동물들과 함께 공존하면서도 더 건강한 먹거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어떤가, 오징어 다리에 맥주를 마시면서 새벽 3시에 만든 것 치고는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이런 예를 통해 비전을 만드는 것에는 생각보다 제품, 향후 전략, 그리고 주주 혹은 경영진이 추구하는 기업의 큰 방향성이 가미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깐 비전은, 겉으로 보긴 멋있는 한 두 줄이지만 실제로 이런 비전을 정해두면 회사의 중단기적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라 capex 등 자원을 배분할 때 큰 원칙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자 그럼 이쯤에서 비전을 정할 때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포인트들을 정리해보겠다(알죠, 여러분? 비법 공개 섹션은 핸드폰으로 화면 캡쳐해둬야 하는 거).

1) 경쟁상대를 찾아라
나한테 맞는 경쟁상대, 정확하게는 동경하는 상대 회사들을 찾아서 그들의 비전과 미션을 참고하고 그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경쟁의 대상을 정해두는 것은, 싹수가 파란 아주 우수한 직원들에게 묘한 자긍심과 경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내가 경쟁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대응하는 제품 전략도, 어디서 인재를 스카웃할지도, 심지어 상장할 때 준거로 두게 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도 알기 쉽다. 참고로 나는 CEO에게 항상 제1경쟁사가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헛발질을 했다가 조기 은퇴를 급하게 맞이 하신 분들이 종종 계시다. 

2) 얼른 정해라, 가능하면 미리
일단 벤치마킹의 대상 기업이 3-4개 정도 정해지면 빠르게 손가락을 동원해서 그 기업의 비전 미션을 베끼자. 그리고 금요일날 다 프린트를 해서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곰곰이 토/일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요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월요일 출근 시간 2시간 전에 사무실에 와서 떠오르는 말들을 정리하자. 그럼 됐다.  

이처럼 비전/미션은 짧은 시간 깊이, 곰곰이 조용하게 생각해서 정하면 된다. 시간을 아주 오래 쓴다고 그 퀄리티가 비례해서 올라가지 않는다(한 100억 정도 쓰면 좀 더 멋지게 정리해서 그림과 함께 책으로 만들어 드린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비전과 미션을, 사실은 대상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미리 정하고 그 전략을 이룰 수 있는 M&A를 혹은 줍줍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좀처럼 볼 수 없는, Bold 및 underline이 가미된 것을 보았는가!!!!!) .

그래서 인수를 해 놓고 그 대상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정하는 건, 마치 장을 먼저 보고 뭘 요리할지 집에 와서 결정하는 거랑 매한가지다. 아, 후지다! 근데 사실 종종 있다!!!  

3) 외우기 쉬운 지표를 정하라
종종 공대생들을 중심으로, 세계 1등, 글로벌 탑 5, 2030년까지 매출 2000억 영업이익 300억 달성 뭐 이런 무미 건조한 미션이 나올 때도 있다(이걸 미션이라고 부르기도 좀 뭣하다). 근데 이런 모토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사실 괜찮다! 숫자로 적어낼수록 경영자들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고, 이는 실행 상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화장품 회사를 만들 때, 국내 1위 기초화장품 회사가 될지, 전세계 top 5 아이크림 항노화 제품 기업이 될지 미리 선택해둔다면 R&D 비용을 어디다 써야 할지, FDA 승인은 어느나라에서 언제 받아야 할지, 제품 브랜딩을 영어로 할지 한글로 할지, 패키지 디자인과 자재에서 플라스틱을 얼마나 쓸지 재활용 유리를 얼마나 쓸지, 유통채널은 온라인으로 할지 오프라인으로 할지, 마케팅은 어느나라에서 주로 할지 대략의 그림이 보인다. 이해가 되셨나? (스마트한 우리 독자님들은 감이 빠악~ 왔겠지?)

4) 빨리, 꼼꼼이 나눠라 (반복적으로)
일단 비전과 미션이 빠른 시일 내에, 그것도 되도록이면 줍줍 M&A를 하기 전에 정해졌다면(일단 오징어 다리 받으시고 80점 확보), 그 다음 제일 중요한 점은 이를 빠르게 조직에 전파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미션이 있더라도 일하는 임원들, 직원들이 모르고 까먹으면 말짱 꽝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매년 굿즈를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착용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호불호는 갈리지만, K모그룹의 매년 전략 발표와 이를 형상화한 그룹 팔찌 아이디어는 개인적으로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부회장님 & 사장님! 밥사주세요!!)  

이런 비전을 CXO 레벨 뿐만 아니라 얼마나 반복적/체계적으로 직원들 레벨까지 내릴 수 있는가가 그룹의 실적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여러분이 만든 비전과 미션조차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의사소통 할 수 없다면, 올해 내년의 경영 계획이나 사업 목표를 일일히 알리고 그에 맞는 조직의 역량을 모으는 것은 완전 불가능하다(여러분 제발!!!!).

5) 평가에 활용하라
내가 습관적으로 입에 달고다니는 것 중, 지표화할 수 없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있다(아, 우리 포트폴리오 경영진들 귀에 생긴 두툼한 굳은살이 느껴진다~). 특히 인사평가를 하거나 차년도 목표를 정할 때 “좀 더 부지런해지기” “공부 열심히 하기” “건강 꼭 챙기기” 뭐 이딴 것들을 적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극혐이다. “일 주일에 3회 이상 8시에 출근하기” “한 달에 4권 책 읽기” “매일 아침 샤워하면서 스쿼트 150개 하기” 이렇게 가능한 짧은 시간 단위로 측정가능하게 지표화해야 제대로 된 목표가 된다.

우리 기업의 비전과 미션도 비슷해서, 태생적으로 모호할 수 밖에 없는 비전과 미션이 살아 숨 쉬려면 이에 맞는 평가 지표를 같이 개발해서 정성적, 정량적인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컨설팅 회사들이 통상 비전/미션 프로젝트를 끝내면 바로 다음 상품으로 인재상과 그에 맞는 인사평가 시스템 프로젝트를 들이밀게 되는 것이다(어서옵쇼 고객님~).

예를 들어 “전세계 top 3 컨텐츠 기업”이 되겠다면 Globalization/International에 관련한 직원의 정성적 평가 항목을 넣고 (그럼 뭐 영어 공부를 몇 시간 하겠다, 토익 시험 점수 몇 점을 올리겠다 이런 이야기가 좀 나올 것이다), 외국어 기반 신규 콘텐츠 숫자나 해외 신규 고객 유입지표를 KPI로 별도로 산정하고 가산점을 주면 된다. 이렇게 평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 비전과 미션은 쓰레기통 이면지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필자가 종종 보는데 좀 안타까운 것이, 회사들을 방문하다보면 회사 복도에,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기업의 미션/비전 같은 것들이 살짝 빛바랜 색깔의 프린트물로 붙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큰 꿈을 품고 붙인 인쇄물일텐데, 모토뿐인 비전과 미션은 한 두 달만 지나도 유행 지난 영화 포스터마냥 그 힘을 잃게 된다. 심지어 약간 꼰대스럽기까지 해서 어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요즘 엘리베이터에 보통 스크린이 붙어있는데 아이디어가 없으면 차라리 필자가 시킨 대로 해보자. 꼼수 대방출이다.  
- 직원들한테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짧은 인터뷰를 계속 돌려가며 틀자. 친구나오면 놀리면서 좋아한다. 주인공들에 대한 소개팅 돌풍은 사내 복지다. 
-  삼행시라도 지어라. 달달 외우게 만들 수 있다. 당연 우승자는 포상해야지. 문상이나 카톡 선물하기로 등심세트라도 쏘자(푸드장, 알죠 여러분?).
-  내가 하기 너무너무 귀찮으면 크리에이터들한테 외주를 주자. 큰 돈 쓸 필요 없다. 여전히 많은 숫자의 struggling artist들이 틱톡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빌리고 소정의 홍보비나 아님 콜라보 프로젝트를 드려라.
-  그것도 귀찮으면 만화나 그래픽으로 풀고 매달 바꿔라. 그리고 이메일 signature에 활용시키자. 그래픽을 만들어 주는 공짜 어플들도 있으니 아무리 귀찮고 돈이 아까워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      

예상보다 길게 1편를 마쳤는데, 참고로 말씀 드리면 1편이 제일 쉽고 재미있다. 2편에서는 KPI, 3편에서는 리더십 이야기를 할텐데, 살짝 스포를 날리면 주인공이 몇명 죽는다ㅋㅋㅋ. 

원래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늘 정신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그렇다고 바닥만 보고 달리다보면 동쪽인지 북쪽인지 모르고 달릴 때가 있다. 이런 뻘짓을 막아주고, 우리의 토깽이같이 귀여운 기업들이 달려갈 길을 등대처럼 비춰주는 것이 기업의 비전이고 미션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창업자들, CEO들, 그리고 특히 기술 기반 기업들의 전문 경영인들이 하루하루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느라 정작 큰 그림을 못보고 달리다가 자빠지는 걸 종종 봐왔다. 특히 요즘처럼 대외 환경이 터프할수록 더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머리를 들고 주변을 살피자. 내 앞에 빛나는 오로라 성운, 태양, 아니면 빛나는 보석 같은 회사들이 걸어간 길을 곰곰이 관찰하고 진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상상하자. 상상력 없는 어프로치는 뒷땅과 양파의 초석이다. 오늘 내가 상상해서 만든 비전이 우리 아이들, 그 동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100년 기업의 초석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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