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의 숨은 영웅, 하얀 헬멧

김예슬 기자 입력 2023. 2.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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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수습하는 자원봉사자로 구성…"특별한 일 하는 평범한 시리아인 그룹"
7일(현지시간) 시리아 민방위대인 '하얀 헬멧'이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이들리브에서 지진 희생자를 이송하고 있다. 23.02.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시리아인 그룹"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에 지진이라는 재앙이 덮쳤다. 시리아 정권은 반군이 장악한 피해 지역에 사실상 손을 놓은 와중에 이 지역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하얀 헬멧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시리아 민방위대다.

하얀 헬멧은 소방관부터 제빵사, 재단사, 약사,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온 3000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돈도 받지 않고, 별다른 장비도 없이 현재 시리아 전역에서 활동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 이후에도 시리아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건 하얀 헬멧이다. 이번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은 대부분 반군 장악 지역인데, 정부 소유 영토를 거치지 않고 이곳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시리아-튀르키예 국경 밥 알-하와 국경이 사실상 닫히며 각종 원조도 끊겼기 때문이다.

밥 알-하와 국경은 지난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 기간 반군 장악 지역으로 유엔 지원이 이어지는 생명선과도 같은 곳이었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간 갈등, 미국-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지며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대부분의 원조는 정부 소유 영토인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이뤄진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해 어떤 구호품이 전달되는지 엄격히 통제해왔기 때문에, 북부 반군 장악 지역으로 향하는 지원은 튀르키예 국경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리아와 척을 져온 서방은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도 튀르키예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하얀 헬멧의 뿌리는 지난 2011년 내전 초기 결성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아사드 정권과 동맹국들이 야당 및 반군 통제 지역의 민간 목표물을 폭격하자, 하얀 헬멧은 잔해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재건에 힘써왔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 내전 이후 12만5000명 이상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얀 헬멧은 초기에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사람들을 구했지만, 이후 튀르키예 등지에서 수년간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전문 팀을 구성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수색 및 구조 임무, 재건 외에도 시리아 북서부에 걸쳐 400만 명의 민간인에게 다양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는 소방, 건강 관리, 전기, 하수 관리, 불발 무기 제거, 도로 잔해 청소, 지역 사회 교육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희생은 불가피했다. 하얀 헬멧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이 시리아인을 위해 힘쓰는 동안 최소 29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하얀 헬멧을 돕기 위해 80만 파운드(약 12억215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진 피해를 수습하기엔 요원하기만 하다.

오랜 내전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병원은 마비됐으며, 현재 지진 피해 지역에 투입된 자원봉사자 3300명으로는 수색과 구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얀 헬멧은 지진 피해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하얀 헬멧의 대변인 모하메드 쉬블리는 "국제 구조팀이 우리 지역에 와야 한다"며 "사람들은 매 순간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시간과 경쟁하고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앞서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지난 6일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9일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튀르키예에서 1만2391명, 시리아에서 1932명 등 총 1만5383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사망자 규모가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8일(현지시간) 시리아 민방위대인 '하얀 헬멧'이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이들리브에서 지진 희생자를 이송하고 있다. 23.02.08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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