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에서 본 바이든 국정연설…中, ‘시진핑 이름’ 쏙 뺐다

조성원 입력 2023. 2. 9.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년 국정연설을 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중앙당교 연설을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특파원으로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올해 신년 국정연설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과 자리를 바꿀 세계 지도자의 이름을 대보라!"라고 외쳤습니다. 손가락을 치켜들고 "이름을 하나라도 대보라"며 세번이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준비된 원고에는 없던 발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말투가 더 생생했습니다.

■ 바이든, 신년 국정연설서 시진핑 직격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 배경에는 단기적으로 최근 불거진 정찰 풍선 논란과 이에 따른 안보 논쟁이 자리잡고 있을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영공을 침범해 주요 시설을 정탐했다고 의심받는 중국 풍선을 격추한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야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가 늑장 대응을 했다고 공격하는데 대한 반박의 의미도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손가락을 치켜든 채 시진핑 주석 이름을 부르며 직격탄을 날렸다.(KBS 뉴스9 캡처)


나아가 경쟁국 중국과 비교해 미국의 위상이 우월하다고 과시하며, 중국을 연설의 궁극적 목적인 국가 단합을 이끌어낼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투자, 첨단 기술 보호 등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 모두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공세적 태도와 단호한 어투는 다분히 차기 대선을 의식한 듯 보였습니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세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가장 먼저 대응했습니다. 연설 당일 정례 브리핑에 나선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에게 KBS기자가 물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거론하며 미국은 중국에 대해 '충돌이 아닌 경쟁을 추구한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겠지만 미국의 주권을 위협할 경우 국가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중국 입장은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 중국 "경쟁 관계 아니나 경쟁 피하지도 않겠다"

이에 대해 마오닝 대변인은 경쟁으로 미중 관계 전체를 정의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쟁을 내세워 한 나라를 모욕하고 다른 나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제한하며 글로벌 산업 사슬과 공급망을 손상시키는데 반대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중국은 경쟁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제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년연설과 관련해 “미중 관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지만 경쟁을 회피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KBS 뉴스9 캡처)


더불어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권을 위협하면 행동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받아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흥미로운 대목을 확인했습니다. KBS 기자는 외교부 브리핑 현장에서 분명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이름을 거론했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마오닝 대변인은 시 주석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외교부 홈페이지에 오른 KBS 기자의 질문 내용에서도 "시진핑 주석 이름을 거론했다"는 대목은 빠져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바이든 국정연설 관련 기사에서도 시 주석 이름을 거론한 대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국가 대통령을 인용해서라도 '절대 존엄'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 안된다는 의미일까요?

■ 中 외교부 홈페이지·관영매체, 연설·질문 속 거론 '시진핑' 이름 쏙 빠져

중국 관영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6번 언급해 지난해 보다 2배 늘었다는 점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정부 입장을 인용하든 분석을 하든 비판적 내용이 많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국정연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미국이 편협한 방향으로 나아가 안타깝다며, 미국이 쇠락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이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단합에 실패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면서 연설 중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이 “거짓말”이라 외치는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그린 의원은 자신이 흰색 털옷을 입은 이유는 중국의 흰색 정찰 풍선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며 중국의 위협을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강경 일변도는 아니었다는 해석도 눈에 띕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의 어조가 일부 미국 언론이 사전에 예측한 것처럼 가혹하지도, 반대로 온화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치권의 양극화된 분위기에서 제한적이나마 합리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강한 어조를 보인 듯 싶지만 대중 정책 기조가 갑자기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미중 관계는 갈등이 아니라 경쟁 관계이고 협력할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은 기존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중국 풍선을 격추시킨 뒤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KBS 뉴스9 캡처)


특히 최근 현안으로 부상한 중국 풍선 사태에 대한 언급을 보면 양국 관계 전반으로 이 문제의 파장이 확산되는 상황은 경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 시각 8일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정찰 풍선' 사건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큰 타격을 입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중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풍선 사태가 양국 관계에 장기적인 악재가 되리라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옵니다. 중국 역시 풍선 논란에 불발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에 대해 미 국무부가 취소가 아닌 연기라고 말한데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 시진핑 "공산당 영도 없으면 영혼 상실·파괴적 착오"

7일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연설하기 위해 입장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KBS 뉴스광장 캡처)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한 당일, 사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하루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간부 교육 기관인 중앙당교에서 연설한 내용을 훨씬 중요하게 전달했습니다. CCTV의 경우 매 시간 톱 뉴스로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박수를 받으며 연설을 이어간 것처럼 시 주석 역시 핵심 당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뒤 "공산당 영도를 견지해야 중국식 현대화가 번성하고, 그렇지 않으면 항로를 이탈해 영혼을 상실하며 파괴적 착오도 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의 압박과 견제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공산당의 '핵심'인 자신을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는 취지로 들립니다. 시진핑 주석은 다음 달 초 시작하는 연례 정치행사 양회를 통해 집권 3기를 공식 시작합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과 시진핑 주석의 당교 연설을 나란히 비교하며, 이념과 지정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 최강 두나라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상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상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