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준석 “지방선거 직후 尹 뜻밖의 발언…그때 틀어졌죠”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 3월 출간
尹대통령과 갈등원인·분기점 첫 언급
李 “나에 대한 공격은 기득권 지키기
아무리 저항해도 결국 미래는 온다”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당대표 후보로,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전 성남시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해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에 파란을 노리고 있다.
매일경제는 천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3·4위로 올라선 파란이 일어난 지난 8일 매일경제신문 충무로 사옥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약 1시간 30분 간의 인터뷰를 통해 신간 주요 내용을 포함해 전당대회 전망, 내년 총선 전망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작년 연말 ‘책은 다 썼다’고 했다. 출판 시점이 늦어진 이유는.
▷현안이 몇 개 추가되면서 미뤄졌다. 첫 기획됐을 때는 (당윤리위에서) 징계 6개월을 때렸을 때였다. 그때 징계가 끝나고 나면 대표직 복귀한 뒤 이것 저것 하겠다고 쓴 거였다. 그 사이 가처분, 추가징계 등 벌어지면서 ‘에라 모르겠다. 대한민국 대개조로 하자’ 이렇게 된 거다.
- 연말 이후 추가된 내용은 뭔가.
▷목록 보면 정당, 정치, 정책, 선거전략 이런 건데 정치 개혁과 정책 부분이 많이 보완됐다.
- 제목이 ‘거부할수 없는 미래’인데 어떤 미래를 말하고 싶은 건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변화가 있으려면 반동이 있기 마련이다. (나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목격하면서 어차피 나중에 이렇게 갈 건데 저렇게 저항하는 건 ‘기득권 지키려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처럼 아무리 저항해도 미래는 온다는 그런 느낌으로 썼다. 제가 2년간 실행한 정치실험에 반동이 많았지만 미래가 있다면 필연적으로 일어날 거라는 그런 제목이다.
▷정치·정책·정당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어디에 힘 줄까 고민했는데 비망록처럼 폭로성으로 쓰면 수명이 짧아보였다. 템포 긴 공략 비슷하게 하는 건데 시의성보다는 길게 보는 책으로 썼다. 물론 일화 두세 개는 있다. 개혁에 저항하는 그들 모습이 어떤가 이런 거다.
- 이를 테면 어떤 건가.
▷재작년 대선 앞둔 경선 준비위가 있었는데 서병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고민고민해서 낸 기획 아이디어가 대선주자들 다같이 봉사활동 해보자는 거였다. 내가 미주알고주알 시킨 게 아니다. 그런데 ‘윤핵관’이 처음 등장해 서 위원장 아이디어를 놓고 “이준석 발 아래 후보들 두려 한다”며 면박 주더라. 일화를 까면 너무 많다. 이런 거 보면 음모론적으로 꼬여 있는 사상이 보인다. 대선 흥행 위해 토론 많이 잡아서 2대 2로 하자고 하니까 “유승민 대통령 만들려고 토론 못하는 윤석열 많이 넣는다”고 하더라. 아무 것도 곱게 보지 않는 거다.
- 대통령과 갈등 내용도 포함됐나.
▷극복하기 힘들었던 인식의 차이를 말한 부분이 있다. 작년 지방선거 끝나고 나서 12대 5였다. 그 전까지는 한나라당이 12대 4로 이긴 게 최고였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대표님, 저는 경기도에서 져서 선거도 진 것 같습니다” 이러더라. 만감이 교차했다. 저는 그때 죽을동 살동해서 몸 망가져가며 선거 치렀는데 ‘이건 이긴 게 아니야, 승장이 아니야’ 이런 거다. 제가 이재명 대표가 던진 김포공항 이슈 등 대응해서 주변 평가는 사상 최고의 여론전 공세전이었는데 선거 끝나자마자 ‘진 것 같다’ 이러는 것 보고 ‘어! 뭐지?’ 이랬다.
저랑 대통령 또는 대통령 주변사람이랑 인식 다른 게 참 많았다. 문제를 해법 가지고 풀어나가는 건데 인식이 다르면 해법이 같기 힘들다.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 거다.
▷대한민국에 정책 현안이 여러 개 있다. 이를테면 지금 이슈되는 지하철 무임승차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그런 것도 한꺼풀 까뒤집어봐야 한다. 지하철공사나 노조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노인 무임승차 비용 더 받으면 복리후생이 좋아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신림선, 신분당선 있는데 서울교통공사 노선과 차이가 뭐냐면 무인운전을 시작했다는 거다. 서울교통공사 20~30%가 인건비다. 5~8호선은 1인 승무 체제인데 1~4호선은 2인 승무 체제다. 노인 무임승차 건들기 전에 민간운영 무인운전도 이야기 해보자는 거다. 젊은 세대는 이런 정책 토론 좋아하는 데 이런 걸 안한다.
- 금기깨기 하자는 건가.
▷과감하게 이야기 해보자는 거다. 차별금지법만 해도 보수정당은 기독교계 눈치 많이 보기 때문에 단어만 나오면 논의 못 한다고 한다. 현재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은 포괄적으로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데 ‘단 이런 이런 특수한 경우는 제외한다’로 되어 있다. 이거 자체가 모순이고 아무 의미도 없다. 민주당에는 ‘전과자 차별 못하겠네?’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실제 사례 대입해보면 논리가 얼마나 허접한 지 드러낼 수 있는데 기독계 말만 듣고 논의도 안 한다. 보수가 이런 걸 합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피해 다닌다.
- 작년 취임 1주년 때 “이제부터 내 정치한다” 한 마디가 분란의 씨앗이었다. 이준석 정치의 현주소는 뭔가.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 거다. 대한민국에 공무원시험 본다고 하면 시험 잘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다른 요령 안 통한다. 연줄 타거나 자소서 잘쓰기로 안 된다. 공천제도가 단일화되고 안정되면 정치 뛰어들까 말까, 긴가민가하던 훌륭한 사람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나도 저거라면 자신 있어’ 이런 게 생겨야 한다. ‘누가 최측근이래, 얼마래’ 이런 문화에서 뛰어들 수 없다고 본다. 그게 내겐 무척 중요하다.
▷제가 봤을 때 이 분들은 제안도 잘 못하는구나, 제안도 이상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외교부 장관하고 싶었는데 기후환경대사 주는 느낌이랄까. ‘단독도 아니야. 외교부에 또 있는 자리를 주네’ 그런 애매한 제안이다. 신나게 때려놓고는 ‘자, 맷값이다’ 이러는거다.
- 작년 인터뷰 때 “내가 아무리 늦어도 남들보다 10년 빠르다”라고 했다. 대표직 쫓겨난 지금도 그런 생각인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속된 말로 30년 해먹었다. ‘남원정’이 20~3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환갑됐는데 그분들이 오세훈까지 합해서 당내 소장파 주축할 때 내 생각은 ‘남원정 다음에 왜 바로 이준석 차례지?’ 이런 거였다. (보수에) 허리가 없다. 저는 그래도 천하람 등 엉덩이를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어 안정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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