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열애설' 인정한 애플-현대카드의 앞날
②애플에 줄 수수료 문제는?
③현대카드 '승부수' 통할까?
애플과 현대카드가 드디어 둘만의 밀월을 인정했습니다. 각각 8일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죠. 애플페이는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입니다.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금융당국이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허용을 밝힌 상황에서도 현대카드는 "사실무근", "확인 중"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현대카드로서는 더 거물인 글로벌 파트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테죠. ▷관련기사 : 드디어 입 연 애플 "애플페이 한국 출시"(2월8일)
'Lovely Apple(사랑스러운 사과)'
이미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을 통해 거듭 애플페이 도입을 암시했거든요.
지난 6일 정태영 부회장은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사옥 로비에서 임직원들에게 사과를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를 보이며 '사과 잔치'를 벌이는 사진을 게재했죠. 현대카드 임직원들이 사과를 나눠 먹으며 애플페이의 상륙을 조용히 자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죠.
지난 3일 금융위원회의 애플페이 서비스 승인 이후 정 부회장은 한 입 베어먹은 사과 사진과 '오늘의 점심(Today’s Lunch)'이라는 글을 올렸고요. 지난달 14일에는 사과 8알의 사진을 올리며 '사랑스러운 사과(Lovely Apple)'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8개의 사과를 의미심장하게 본 일부에서는 '8일' 애플페이 출시가 공식화할 것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현실화 됐죠. ▷관련기사: 애플페이, 국내 출시 9부능선 넘었다(2월3일)
현대카드는 그동안 애플과 물밑에서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준비해왔습니다. 국내 법규상 독점 제휴는 포기해야 했지만, 한 발 먼저 움직인 덕에 유일한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죠.
후발주자들은 애플과 협상을 벌이고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까요. 이로써 당분간 국내에서 애플페이에 등록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현대카드가 유일하게 됐습니다.
①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 10%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이르면 3월 초, 늦어도 3월 중순부터 이뤄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관건은 애플페이 사용에 필수적인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 보급입니다. NFC는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10㎝ 이내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가 마그네틱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NFC 뿐 아니라 MTS 방식을 모두 사용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NFC 방식으로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맹점 290만개 중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NFC 단말기 설치 가맹점은 10% 내외입니다. NFC 단말기를 설치한 곳은 GS25, CU 등 전국 편의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스타벅스, 파리파게트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는 사용이 어려우니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돼도 당장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NFC 단말기는 대당 15만~2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를 290만개 가맹점에 대입하면 NFC 단말기를 모두 설치하기 위해서는 4350억~58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애플과 우선 손잡은 현대카드가 NFC 단말기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단말기 보급 지원에 앞장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함께 NFC 단말기 설치를 지원 중"이라고 했죠.
②애플에 줄 수수료 문제는…
애플페이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애플페이는 미국에서 결제 건당 0.15% 수준의 별도 수수료를 카드사나 은행에 부과한다고 해요. 반면 삼성페이는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죠.
여기에 NFC 결제를 위한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3대 신용카드 회사가 만든 국제 결제 표준) 기술을 사료하려면 약 1%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어요.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데 따른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아지는 거죠. 앞서 금융위가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 비용을 고객이나 가맹점이 부담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이 비용은 고스란히 카드사 몫이될 가능성이 높죠.
현재 유일한 제휴사인 현대카드 관계자 역시 "금융위 판단을 따를 것"이라고 했고요.
일부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기간 축소 등 부가서비스를 대폭 없앨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애플페이가 적용되는 카드의 연회비를 높일 가능성도 있겠죠. 애플페이에 내야하는 수수료 부담 고객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③현대카드 '승부수' 통할까?
다른 카드사들은 우선 관망하는 분위기 입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서비스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을 아낍니다. 각사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 애플페이의 실제 파급력과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골목상권까지 NFC 단말기가 보급되기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하고 말이죠. 지금은 낙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한번 뛰어들면 발을 빼기 어려우니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는 겁니다.
실제 중국에서 애플페이는 현지화에 실패해 미온적인 반응이 많다고 합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애플페이는 2016년 중국에서 다수의 은행과 제휴해 출시됐으나 QR코드 결제가 익숙한 소비자와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경쟁자에 밀려 성과가 미흡하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로서도 아예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애플의 대표 충성고객이자, 금융시장 내 주요 소비 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득이겠죠.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19.6%로 1위를 차지했고요. 삼성카드(17.8%)가 2위, 현대카드(16.0%)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와 격차가 1.8%포인트로 근소합니다.
3위권을 유지하던 현대카드는 2018년 KB국민카드에 밀려 4위로 순위가 하락했죠. 그러던 것이 2019년부터 코스트코와 단독 제휴 관계를 맺고 다양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출시해 맞춤형 마케팅을 벌여 2021년 3위를 되찾았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우선 도입을 발판으로 삼성카드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관측입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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