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일개 펀드가 인도 경제는 물론 정치권까지 뒤흔들어

박형기 기자 2023. 2. 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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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메다바드에 있는 아다니 그룹의 본사. 로고가 선명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리히터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 수만 명이 숨지는 등 최근 가장 뜨거운 국제뉴스는 튀르키예 지진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인도의 아다니 그룹 사태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난달 24일 아다니 그룹 주식에 공매도를 걸고, 이 회사가 회계부정 등 부정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장문의 보고서를 내자 아다니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후 주가 급락으로 아다니 그룹의 시총이 1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에 따라 아다니 그룹의 시총은 반토막 났다.

아다니의 개인재산도 619억 달러로 줄어 세계 부호 순위가 21위까지 밀렸다. 한때 그는 개인재산 1500억 달러로 세계 2위 부호까지 올랐었다.

고탐 아다니 아다니 그룹 회장.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아다니 그룹의 위기는 인도증시 전체로 번지고 있다. 아다니 계열사의 주가만 급락한 것이 아니라 이 회사에 대출을 제공한 인도은행과 이 회사에 투자한 인도생명보험공사 등의 주가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인도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인도 주식 시장에서 20억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매도세다.

지난해 인도증시는 선진증시가 금리인상으로 일제히 하락하자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하며 랠리했었다. 지난해 인도는 글로벌 금리인상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7%에 달하는 등 독야청청했었다.

그랬던 인도증시가 힌덴버그의 한방에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투자자들이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위험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인도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 투명성, 친족경영, 정치권과 결탁 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힌덴버그발 파문은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인도 야당은 아다니 그룹을 철저하게 수사할 것과 아다니와 나렌디라 모디 총리의 '커넥션'도 모두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지난 6일 뉴델리에서 정부 기관이 아다니 그룹에 투자한 이유를 밝히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이들은 길거리로 나서 격렬 시위를 벌여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사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6일 시민들이 아다니 그룹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급기야 8일에는 모디 총리가 인도 의회에서 행한 국정연설이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날 의회 연설에 나선 모디 총리는 야당이 아다니와 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항의하는 바람에 국정연설을 잠시 중단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아다니와 모디는 구자라트 출신으로, 모디가 인도 총리에 오르기 전 구라자트 주지사를 지낼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 행사에서 조우하고 있는 모디와 아다니. ⓒ 로이터=뉴스1

모디가 총리에 오르기 전 총선이 펼쳐지면 모디는 아다니의 개인 비행기를 이용, 전국을 돌며 지지유세를 하는 등 모디는 아다니와 ‘비행기를 공유하는 사이’였다.

덕분에 아다니 그룹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급성장했다. 모디는 인도의 빠른 발전을 위해 인프라 건설이 시급하다고 보고 인프라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인프라 건설 전문인 아다니 그룹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밀월이 힌덴버그에 의해 깨졌다. 힌덴버그는 행동주의 펀드로, 2017년 33세의 미국인 펀드 매니저 네이선 앤더슨이 창립했다.

네이선 앤더슨 - 회사 트위터 갈무리

그는 ‘힌덴버그 사고’(독일의 힌덴버그 비행선이 미국 뉴저지주에 착륙을 앞두고 화염에 휩싸이면서 모두 132명이 사망한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월가를 바로잡겠다며 힌덴버그를 창업했다.

힌덴버그는 회계부정 등 부정행위를 일삼거나 지배구조가 불분명한 기업들을 공격한다.

힌덴버그는 공격 기업을 선정하고 미리 주식을 공매도한 뒤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해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실현한다.

무명이었던 힌덴버그가 일약 월가의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전기차 업체 니콜라를 공격, 대성공을 거둔 뒤였다.

주가가 폭락하자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야 했다. 주식이 폭락하자 니콜라 주식에 사전 공매도를 걸어두었던 힌덴버그는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 경제 정의도 실현하고 이익도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힌덴버그의 직원은 펀드 매니저와 금융전문 기자로 구성돼 있으며, 단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5명이 인구 14억의 인도를 혼쭐내고 있는 셈이다.

힌덴버그란 개미에 혼쭐난 인도 코끼리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개선한다면 힌덴버그는 세계 금융사에 길이 남을 대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터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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