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판사가 보증한 뇌물 새 지평”…곽상도 ‘50억 무죄’에 쏟아진 조롱
검찰·사법부 향한 비판 목소리 커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제부터는 결혼한 자식을 통해 뒷돈을 받으면 죄가 안된다. 검찰과 법원이 자금세탁과 불법 상속을 합법으로 보증해주는 새 지평을 열었다."
"대리급 퇴직금이 50억원.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그 어떤 정권도 하지 못한 것을 곽상도와 그의 아들, 대장동 일당이 해낸 것이다."
"조민 장학금이 조국을 향한 것이라던 검찰과 법원, 성남FC 후원금도 이재명에 대한 제3자 뇌물죄라는 검찰. 기이하고 기이한 50억원은? 참으로 공정한 나라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뇌물 무죄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재판부가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의 '독립생계'를 무죄 주요 근거로 내세우면서 "뒷돈 챙기려면 자식 결혼부터" "뇌물 유죄받은 분들, 그러게 왜 검사를 안했나" 등 허탈함 속 씁쓸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온라인에서는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무죄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1심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 50억원과 부친 곽 전 의원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뇌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여론은 들끓는다. 사법부 판단 자체도 문제지만 무죄 선고 배경에 검찰 수사와 공소유지에 미진함이 확인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가 무죄 선고의 출발점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아들 곽병채가 곽 전 의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결혼해 독립 생계를 꾸린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을 곽 전 의원 본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도 대리급으로 퇴사한 직원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봤다. 상식 밖의 퇴직금 규모가 그의 국회의원 부친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진술 만으로는 이 돈이 결과적으로 곽 전 의원을 향한 것이라는 것, 대가성 거래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으로서는 범죄 입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곽 전 의원이 검찰 출신인 까닭에 "제 식구 감싸기"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는 성토도 쏟아진다.
온라인에서는 '30대그룹 전문경영인 퇴직금 상위 20위' 목록에 50억원을 수령한 병채씨가 4위에 랭크돼 있는 게시물도 공유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실제 전문경영인들의 퇴직금에 기반해 제작된 그래픽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장·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6500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던 병채씨가 수십억원대 보수를 받던 임원들을 누르고 퇴직금 50억원을 챙긴 것에 대한 일종의 조롱인 셈이다.
곽 전 의원을 비롯한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와 사법부 판단이 '법조 카르텔'을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도 한층 커졌다. 이번 판결로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검사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검찰 및 법조계 인사가 줄줄이 거론된 '50억 클럽'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도 이번 판결을 두고 검찰과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린 것이라고 평가한다.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곽 전 의원 선고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개탄했다.
이 전 의원은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근무한지 얼마되지도 않는 직원한테 퇴직금을 50억이나 주는가? 삼성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임원이 평생 일하다 퇴직해도 그 정도 퇴직금 받기 어렵다"면서 "판결에서도 의심 드는 사정들이 존재하지만 아들이 독립된 생계를 유지한단 이유로 무죄라고 한다. 결국 의심은 들지만 아들과 아버지 곽상도 간 연결을 못했단 건데, 말이 되나"라고 직격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수사를 제대로 안 했고 공소유지 검사든 판사든 책임을 방기한 걸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유라 건하고 비교해도, 조민 건하고 비교해도 현저히 형평을 잃었다. 말 3마리나 장학금이나 학력위조도 문제지만 50억하고 비교하겠나? 세상 참 우습다"고 탄식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집주소 알아” 지인 개인정보 무단 열람한 주민센터 직원 - 시사저널
- “천공은 왜 고발 안 하나?”…메시지보다 메신저 때리는 대통령실 - 시사저널
- 손은 잡았는데 표정이…김나연대,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 - 시사저널
- 김성태가 쥐고 있던 ‘800만 달러’ 北송금 영수증…이재명과 연결고리는? - 시사저널
- 값싼 에너지의 시대는 끝났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시사저널
- 이런 ‘前 대통령’ 없었다?…文 존재감 커진 이유는 - 시사저널
- 갑자기 찾아온 무력감…‘우울증’ 어떨 때 의심할 수 있을까 - 시사저널
-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허리 디스크’…효과적인 운동 3 - 시사저널
- 장수 유전자? “건강한 삶을 추구하다 보면 오래 살게 돼” - 시사저널
- 같은 식단이라도 ‘밤늦게’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