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유튜버 놀림 받았는데…英 찰스왕까지 만난 ‘영국남자’

김자아 기자 2023. 2. 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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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왕이 지난 1일(현지시각) 버킹엄궁에서 열린 아시안 커뮤니티 리셉션에서 유튜브 '영국남자' 채널을 운영하는 조쉬(오른쪽), 올리(가운데), 조쉬 아내 국가비(왼쪽)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 영국남자 맞죠?”

누군가 5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를 알아보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화자가 다름 아닌 한 나라의 국왕이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남자’ 조쉬는 찰스 3세 영국 왕의 초대를 받아 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올리, 아내 국가비와 함께 버킹엄궁에서 찰스 왕을 만났고, 찰스 왕은 영국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8일 영국남자 채널에는 ‘영국 왕을 직접 만나서 한국에 대해 여쭤봤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조쉬는 이 영상에서 “영국 왕을 만나러 간다. 왕만두가 아니라 진짜 왕”이라고 밝혔다. 올리는 “몇 달 전 한 편지를 받았는데 정말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버킹엄궁에 초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쉬는 초대장 보여주며 “진짜 정식 초대장이다. 찰스 왕의 도장과 버킹엄궁의 로고가 있고, ‘버킹엄궁’이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BBC와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찰스 왕과 카밀라 왕비는 지난 1일(현지시각) 저녁 버킹엄궁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리셉션을 열었다. 이 자리엔 유튜버 영국남자 뿐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 모델 알렉사 청, 말레이시아의 셀랑고르주 왕세자 등 각계 각층의 내빈 300여명이 초대 받았다.

'영국남자' 조쉬가 받은 버킹엄궁 초대장. 찰스 3세 영국왕은 지난 1일 버킹엄궁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리셉션을 열고, 각계 각층의 내빈 300여명을 초대했다./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리셉션이 진행된 당일 촬영된 이 영상에서 조쉬와 올리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찰스 왕을 만났을 때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연습하던 올리는 “130살쯤 됐을때 내 증손주들에게 오늘 찰스왕과의 대화를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라며 “생각만해도 머리가 터질 거 같다”고 했다. 조쉬도 “너가 하는 말 아무 말도 안들려”라며 긴장한 모습이었다. 곧 이들은 택시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향했다. 남편과 함께 버킹엄 궁을 찾게 된 국가비는 한복을 차려 입고 있었다.

조쉬와 올리는 추후 촬영한 영상을 통해 버킹엄 궁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히 묘사했다.

이들은 버킹엄 궁에 도착해 각자의 이름표를 찾아 붙였다. 그런데 버킹엄 관계자가 갑자기 이들을 멈춰 세웠고, “이름표에 파란 스티커가 있다”며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파란 스티커의 의미는 ‘왕과의 알현에 선택됐다’는 의미였다.

왕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한 군인이 다가와 예법을 설명했다. 이 군인은 “처음엔 ‘국왕 폐하(Your Majesty)’라고 부르고, 그 다음엔 폐하(Sir)라고 부르면 된다. 인사를 할 땐 고개를 살짝 숙이면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곧이어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방에 찰스 왕이 들어왔다. 찰스 왕은 따뜻하게 웃으며 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첫 마디는 “유튜브에서 일하냐”였다. 이들이 “채널을 운영한다”고 답하자 돌아온 답은 “아, 영국남자 맞죠?”였다. 올리는 “숨이 턱 막혔다”며 당시 느낀 감정을 털어놨다.

'영국남자' 조쉬, 올리와 조쉬 아내 국가비가 지난 1일(현지시각)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왕을 만났다./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찰스 왕은 이들에게 채널 시작 계기를 물었다. 이후 이들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자 찰스 왕은 “한국 가봤다. 아름다운 나라다. 정말 좋았다”고 답했다.

또 찰스 왕은 “한국 음식을 먹어봤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나”란 물음에 “한국음식 정말 좋아한다. 너무 맵지만 않으면”이라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조쉬는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이거 실화인가’하고 혼란스럽더라”고 했다.

조쉬는 “10년 전 처음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런던 길거리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사람들에게 ‘한국 어때요, 한국 음식 먹어봤어요?’라고 물었는데 10년 뒤 영국 국왕에 똑 같은 질문을 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조쉬는 버킹엄 궁으로 출발하기 전 구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영국남자 채널 10주년이 되는 해다. 영상을 봐주신 여러분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매일매일이 꿈같고 축복이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즐겁게 일 할 수 있어 엄청난 영광이다. 이 여정 덕분에 저희가 버킹엄 궁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됐다. 겸손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찰스 왕과의 만남은 그동안 영국남자가 이른바 ‘국뽕 유튜버’라는 일각의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국뽕’이란 국가와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일본어 히로뽕)을 합친 말로, 일부 한국인들의 과도한 문화 자부심을 이르는 말이다. 영국남자는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데, 이 모습이 서구 선진국에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국 구독자들의 심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영국남자는 구독자 55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문화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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