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합수단으론 ‘21세기 간첩’ 못 잡는다

2023. 2. 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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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연말까지 검·경과 함께 대공합동수사단을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합수단 운영은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20년 말에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는 대신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로 넘어가는 데 대비한다는 취지다.

다음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간첩 수사의 고충을 외면한 졸속 대책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경찰이 요구한 사항이 아니고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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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국가정보원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연말까지 검·경과 함께 대공합동수사단을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합수단 운영은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20년 말에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는 대신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로 넘어가는 데 대비한다는 취지다. 국정원은 “이를 통해 대공수사 기법을 경찰과 공유하고 파견 검사는 법리 검토와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시기구인 합수단을 구성하더라도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임시조직의 구성에 상관없이 내년이면 간첩이 활개 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평양 통일전선부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로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간첩의 활동 행태를 간파하지 못한 대응책이다. 2000년대 이후 간첩은 더는 평양에서 장기간 훈련을 받고 내려온 직파(直派) 공작원이 아니다. 북한 통전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선 대한민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남한 출신의 자생 및 토착형 인물이 평양 남파 간첩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좌경화하고 반정부 성향이면서도 노조, 비정부기구(NGO) 및 정치권 등의 공식 명함을 가진 인사들을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베트남 등 제3국으로 불러내서 충성 서약 및 공작금 제공 등의 수단으로 충성스러운 간첩으로 변신시켰다. 활동 무대가 한반도를 넘어섬에 따라 간첩 내사 및 수사는 반드시 글로벌 협력 기반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 정보기관은 정보기관끼리 유유상종의 정보 협력을 한다. 전 세계 7개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경찰 영사들은 교민 보호만도 일이 벅차다. 간첩 수사 여력도, 국제 공조 네트워크도 부재하다.

다음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간첩 수사의 고충을 외면한 졸속 대책이다. 지금은 ‘산에서 이슬 맞고 새벽에 내려오는 사람’을 간첩으로 체포하던 1960∼1990년대가 아니다. 요즘 간첩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합법적인 신분으로 움직인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채증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 강산이 변하는 10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수사할 조직은 국정원밖에 없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의 태생적 기조 때문에 가능했다.

끝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과도기적으로 경찰과 국정원이 합수단 형태의 수사단을 만들어 주요 사건 몇 개를 같이 해 볼 계획”이라며 “수사 역량 또는 정보 수집과 관련된 기법 등을 국정원으로부터 이관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수사 몇 건 같이한다고 역량이 생긴다고 판단하면 21세기 간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휴민트(인적정보) 등 수십 년간 축적된 무형의 정보 자산이 하루아침에 이동할 수는 없다.

수사 보안과 전문성은 분단과 함께 시작된 북한의 대남 공작 기법을 간파하고 대응한 유구한 역사에서 비롯됐다. 임시방편의 합수단 구성은 ‘간첩천국’으로 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경찰이 요구한 사항이 아니고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국정원법은 다시 개정돼야 한다. 국가안보 수사에 공백을 메울 특단의 조치가 한시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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