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화산 폭발 1년...역대급 화산 폭발은 과학연구 ‘화수분’

홍아름 기자 2023. 2. 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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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5일 통가 해저 화산 분화
분화 재구성부터 장기적 영향 분석해
재분화 가능성 낮지만 분석 계속될 전망
2022년 1월 15일 일본 기상 위성 히마와리 8호가 포착한 통가 화산 폭발의 근접 모습. /일본 기상청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2022년 1월 15일 통가 해저 화산 폭발 직후를 포착했다./유럽우주국(ESA)

지난해 1월15일 분출한 남태평양 통가 해저 화산(통가-훙가 하파이)이 각국 과학자들에게 지구과학 연구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당시 화산 폭발로 6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으며 수많은 건물과 시설물이 파괴됐지만 폭발 직후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졌고 알래스카처럼 먼 지역의 해수면 수위에 변화가 생기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국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 과학자들도 통가 화산 분출이 던진 과학적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활발한 폭발... 30차례 크고 작은 폭발 잇따라

통가 화산은 지난해 첫 분화 때부터 여느 화산과는 다른 위력을 보였다. 당시 폭발은 TNT 4~18메가톤의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수증기 기둥을 고도 10~50km의 성층권까지 내뿜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통가 화산 폭발의 위력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500배 이상일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통가 해저 화산 폭발로 나온 화산재는 통가 섬 전체를 뒤덮었다. 분화 초기에는 화산재가 쌓이면서 섬의 크기가 300~600m(미터) 커졌지만 분화가 끝난 2월에는 작은 두 개의 섬만이 남았다.

요시자와 카즈노리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 연구진은 지진 데이터를 분석해 통가 화산 폭발 당시를 재구성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와 행성과학 레터’에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통가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구 전체에서 감지될 정도의 ‘지진파’를 일으켰고 곳곳에선 쓰나미를 일으키기도 했다. 화산 폭발로 지진이 나면 지진계에 P파(횡파)에 이어 S파(종파)가 나타나는데 연구진은 이 가운데 ‘P파’를 분석했다. P파는 화산 분화지점으로부터 고체, 액체, 기체를 모두 통과하며 전 지구적으로 퍼지는 지진파의 한 종류다. 연구진은 통가 화산 폭발로 일어난 지진이 도달하는 세계 곳곳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지진파를 이용해 통가 해저 화산 폭발 순서를 재현했다./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통가 화산 폭발이 일어난 위치와 순서를 재구성했다. 마치 다양한 방향의 빛을 받아 생긴 그림자를 보고 원래 물체의 모습을 예상하는 ‘역투영’이라는 방법인데 과학자들이 지진을 분석하는 데 쓰인 역투영 방법을 화산 분화에 적용한 건 처음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통가 화산 분출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후 1시2분부터 분출을 시작해 1시35분까지 20차례의 폭발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오후 1시 15분부터는 200~300초 간격으로 대규모 폭발이 연달아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분출은 그로부터 약 4시간 뒤에 시작했다. 오후 5시 31분에 일어난 대규모 폭발을 포함해 6~7분 동안 5번의 폭발이 이어졌다.

셰인 크로닌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전문가 기고 사이트 ‘대화’에서 “적어도 세 가지의 다른 마그마가 물과 만나면서 가스가 발생했다”며 “이 가스가 마그마를 세게 밖으로 밀어내 기존 화산이 붕괴하면서 연쇄 반응을 유발한 것이 대규모 폭발의 원인”이라 밝혔다. 약 1150도에 달하는 물과 마그마가 만나면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첫 번째 폭발 뒤에도 땅에서 마그마가 계속 나오면서 연쇄 반응이 이어졌다.

◇ 화산 폭발로 나온 수분 58km까지 도달... 기후에 장기적인 영향 있어

통가 해저 화산은 폭발하면서 용암과 화산재, 화산가스를 같이 배출했다. 그중 화산재와 화산가스, 수분 등으로 이뤄진 기둥 모양의 구름은 높이가 58km에 이른다.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에 닿는 높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분출 과정에서 나온 수증기는 올림픽 경기가 이뤄지는 수영장 5만8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통가 화산 폭발로 대기에 올라간 수분이 지구 기온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화산재와 가스 등이 대기로 올라가면서 햇빛을 가리는 차단 효과가 나타난다. 그 결과로 지구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에는 그 반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기 중의 수분은 태양과 지구의 열을 흡수해 가두는 역할을 하는데 성층권까지 올라간 수증기가 온난화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예측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5년 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라갈 가능성이 7%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아이올로스(Aeolus)가 통가 화산 폭발을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통가 화산으로 생긴 화산재 기둥이다./유럽우주국(ESA)

유럽우주국(ESA)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지구 관측 위성인 ‘아이올로스(Aeolus)’로 화산 폭발을 추적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성층권에 수증기가 13% 증가했고 입자상 물질인 ‘에어로졸’은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는 최근 3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또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온 수증기와 가스 입자가 1주일 만에 지구 한바퀴를 돌았고 3개월에 걸쳐 북극부터 남극까지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통가 해저 화산의 폭발로 분출 물질 대부분은 남쪽 성층권으로 이동했다”며 “다양한 모델링과 데이터로 성층권 구성 변화를 분석하는 데 힘 쏟을 것”이라 밝혔다.

◇ 지진해일, 쓰나미 전문가가 생각하는 ‘통가 화산’ 의미

통가 화산 폭발 직후 발생한 쓰나미도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화산 폭발 직후 통가 주변 국가뿐 아니라 멀리는 남아메리카와 알래스카까지 해수면에 영향을 줬다. 한반도 해수면도 그 영향으로 1~2cm 가량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과학자들은 통가 화산 폭발 직후 후속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여느 쓰나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쓰나미의 80%는 지각 운동으로 바닷물 전체가 상하로 출렁이면서 발생한다. 화산 폭발로 산사태가 나면서 연쇄적으로 해일이 일어나는 사례가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쓰나미가 이와는 다른 화산 폭발 당시 태풍처럼 급격한 기압 변화가 나타나 발생한 기상해일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해일은 기압 변화가 이동하는 속도, 즉 태풍의 기압골이 이동하는 속도가 파도 속도와 같을 때 공명이 생겨 에너지가 증폭하면서 일어난다.

기상해일은 해수 상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전체 쓰나미의 3∼4%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현상이다. 하지만 에너지가 대기 중에 전파되기 때문에 바다를 매질로 전달되는 지진 쓰나미보다 훨씬 빠르고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손상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3월 대한토목학회지에 통가 화산으로 일어난 쓰나미의 최신 정보를 모아 ‘통가화산 폭발이 보여준 쓰나미의 이색’이라는 글을 실었다. 손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기압이 급격히 바뀌어 일어나는 기상 해일로 보인다”고 통가 화산 쓰나미의 주 원인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덧붙여 “통가 화산은 이례적인 특성과 파괴성을 보인 역사에 남을 만한 화산”이라며 “140년 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유사한 해저 화산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때와는 데이터와 기술 수준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관련 연구가 계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또 “통가 화산 폭발 직후 한국의 해수면도 1~2cm 정도 변화가 있었다”며 “한국이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쓰나미, 지진해일에 관심이 적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은 만큼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새로 생긴 화산섬에 정착한 생명체를 찾기 위해 샘플을 채집한 곳을 지도에 나타냈다./미국 콜로라도대

◇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에는 지하 생명체 자리 잡는다

전문가들은 통가 화산의 재분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마르코 브렌나 뉴질랜드 오타고대 지질학과 연구원은 “화산은 깊은 바다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지만 지난 폭발로 에너지를 잃어 향후 몇 년, 수십 년 내에 큰 폭발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산 폭발로 파괴된 생태계도 다시 복원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아 피어러 미국 콜로라도대 생태및진화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11일 “통가 화산 폭발로 새로 형성된 지형에 깊은 지하에서 올라온 듯한 박테리아가 자리잡았다”고 국제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서 2014년에 일어난 화산 폭발로 생겨난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섬에 어떤 생명체가 자리 잡았는지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다양한 높이에서 흙을 채취했다. 32개의 흙 시료에서 DNA를 분석하자 황과 황화 수소를 먹고 사는 독특한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새 지형이 생기면 ‘시아노 박테리아’가 자리를 잡는데, 이 미생물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든다. 바다나 새의 배설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통가 해저 화산이 폭발한 이후 화산 주변에서는 시아노 박테리아가 아닌 다른 박테리아가 관찰된 것이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박테리아가 깊은 땅에서 올라온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닉 드래곤 콜로라도대 연구원(박사과정)은 “화산 폭발 직후 생겨난 지형에서 발견된 새로운 박테리아는 온천이나 화산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와 유사했다”며 “가장 많이 발견된 상위 100종의 박테리아 중 40%는 이미 알려져 있는 박테리아와는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통가 화산 폭발로 섬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이들 미생물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기회를 잃었다”면서도 “지난해 화산 폭발로 새로운 지형이 형성된 곳을 찾아 생태계 변화를 연구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해 12월 남태평양 통가 인근에서 발생한 수중 화산 폭발 장면이 미국해양대기청 소속의 GOES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 폭발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해안에 쓰나미를 일으켰다. /미국해양대기청

참고 자료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DOI: https://doi.org/10.1016/j.epsl.2022.117966

mBio, DOI: https://doi.org/10.1128/mbio.03313-22

Nature Climate Change, DOI: https://doi.org/10.1038/s41558-022-01568-2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2-006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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