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림] 남한·북한 가리지 않는 기후위기...“북한은 더 심각”

박소영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연구사,오삼언 박사연구원 2023. 2. 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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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북한 함경남도 폭우로 주민 5천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호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제공

● 북한, 남한보다 기후변화 속도 빨라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33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5도 올랐는데 한반도는 지난 30년간(1981~2010년) 연평균 1.2도 상승했다. 북한의 연평균 기온상승 경향은 0.45도/10년으로 남한의 0.36도/10년보다 1.3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강수량은 증가했지만 강수일은 감소하면서 집중호우 빈도가 높아졌다. 집중호우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겨울철~봄철 가뭄 기간은 길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21년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꼽은 기후변화대응 취약 우려국 11개 나라 중 하나로 지목됐다.

● 산림 황폐화와 자연재해의 악순환… 북한 자연재해 ‘심각’

북한의 산림 면적은 906만ha로 국토 면적의 73.6%에 달하지만,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99년부터 북한의 산림 현황을 10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8년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 산림 황폐지 면적은 전체 산림 면적의 28%인 약 262만ha에 달한다. 심각한 북한 산림 황폐화는 자연재해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림 황폐화에 기후변화까지 더해 북한의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고 이는 다시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경제난 → 산림 황폐화 → 자연재해 → 경제난’의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산사태 이전 북한 원산시 모습(왼쪽, 2009.10)과 산사태 이후 모습 (오른쪽, 2022.6). 구글 위성영상사진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북한은 산림 복구에 초점을 맞춘 기후변화 대응에 나섰다. 2021년 북한은 유엔(UN)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발적국가검토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VNR)’를 제출했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스스로를 ‘극심한 기후변화가 잦은 나라’라고 진단하면서 1990년대 이후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인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벨기에 루뱅대학 부설)가 집계한 자료에서도 북한 자연재해로 인한 실종 및 사망자 수가 2015년 99.1명, 2016년 552.8명, 2018년 150.8명, 2020년 126.8명이라고 밝혔다. 그중 2016년 피해자 552.8명은, 그 해 지진희생자 676명이 발생한 에콰도르, 태풍 희생자 546명이 발생한 아이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인원이다. 북한은 가뭄에 의한 피해도 매우 심각한데 재난역학연구센터에 의하면 2015년 가뭄으로 인한 이재민은 인구 100만명당 1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재해성 피해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북한,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해져” 자가 진단   

북한은 산림 황폐화에 기후변화까지 더해져 자연재해가 심각한 자신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한편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2016년에 UN과 전략계획에 합의하며 작성한 문서에서 스스로 “산림 및 토지 황폐화 문제에 직면해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변화, 기상이변에 대해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극복방안으로 산림복구를 통한 재해위험 감소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은 2015년부터 전체 인민이 총동원되는 산림복구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산림복구전투’라고 명명하고 산사태 방지 공사와 산림조성 등 산사태와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치산치수사업’을 강조했다. 이외에 산림복구전투에 돌입하면서 중앙 정부 조직 중 하나로 ‘산림총국’을 신설했고, 산림자원관리정보체계 도입, 김일성대학내 산림과학부 신설, 전국 180여 개 양묘장 건설 등을 추진했다. 또한 산림복구사업을 “산림보호이자 토지보호, 생태환경보호, 경제보호사업”이라 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맥락으로 강조하고 있다. 

양강도 삼지연시 인근의 조림 전(2003), 후(2019) 비교 모습. 구글위성영상 사진

● 국제사회에 제시한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변화 의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려는 북한의 행보 또한 산림복구전투가 출발점이 됐다. 산림복구전투가 시작된 해인 2015년 12월에 개최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 비해 37.4%를 줄이겠다.”라는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그 방법으로 향후 10년간 나무 63억 그루를 심겠다고 장담했다. 

북한은 2019년에는 김성 UN 주재 북한대사 명의로 된 서신을 제출하면서 2030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16.4%를 감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2024년까지 ‘산림복구전투 추진’, ‘조력·풍력·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 발굴 및 활용’, ‘지속가능한 농업경영 도입’ 등을 이행하겠다고 제시했다. 

국제기구에 제시한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변화

이미 북한은 2016년 UN에 제출한 국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직접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북한은 당시 “국제사회의 지원은 기후변화 적응에 한계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중 하나인 북한에 재정 자원, 역량 강화 및 기술 이전 측면에서 적응 조치를 이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북이 살아갈 한반도… 산림협력, 기후변화 대응 위한 걸음 

전 지구적인 위험으로 닥친 기후변화는 한반도를 비껴가지 않으며 남과 북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북한은 2015년부터 산림복구전투 등을 벌이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원과 역량, 기술 등의 한계가 분명하다. 남북 간 산림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대표적인 산림분야에서 검토 가능한 사업으로 북한이 주력하는 산림복구를 지원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REDD+) 사업이 있다. REDD+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산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들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분배하거나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2022년 3월 4일 한국행정학회에서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 부장은 북한 산림을 대상으로 REDD+ 사업을 진행한다면 남북합의를 기반으로 남한 국가감축목표(NDC)의 11.5~27.8%, 북한 국가감축목표의 29.2~70.5% 정도 달성할 수 있다며 북한 REDD+의 잠재력을 강조한 바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남과 북이 함께 한반도의 산림을 복구하고 가꿔야 할 때다.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한반도를 위해 남북 산림협력이 다양한 사업으로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박소영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연구사

오삼언 국립산림과학원 박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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