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민낯]③ “송출수수료 정말 과도?”… 해 넘긴 홈쇼핑 vs 유료방송사 전쟁

연지연 기자 2023. 2. 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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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채널 사용료인 ‘송출수수료’ 비싸다는 홈쇼핑사
IPTV 업계 “좋은 자리 맡으려는 자릿세 경쟁인데 앓는 소리”
SO업계 “가입자 수 줄었다고 일방 감액 통보”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 사업자들이 파악한 송출 수수료율도 제각각
서울 서초구 CJ온스타일 홈쇼핑 스튜디오 2곳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LG전자 제공

“요즘 TV 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데 수수료가 매출액의 60%를 넘는다니까요? 너무 비싸죠. 남는 게 없어요.”(TV홈쇼핑 업체 관계자)

“앱으로 결제하면 10% 할인해드린다고 쇼호스트가 외치는 것도 다 TV를 통해 파는거죠. 결제만 온라인으로 한거고. 송출 수수료 비중이 너무 높다면서 이런 매출은 제외하더라고요.”(유료방송업체 관계자)

TV홈쇼핑사와 유료방송업체(SO)간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송출수수료란 TV 채널을 백화점 매대처럼 활용해 물건을 판 만큼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업체에게 주는 일종의 자릿세다.

TV홈쇼핑사는 유료방송업체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수수료가 과연 적정하냐는 것이 TV홈쇼핑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유료방송업체에선 송출수수료는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홈쇼핑사에 부과되는 송출수수료는 정말 과도한 걸까.

그래픽=손민균

◇ “매출의 절반이 수수료” vs “매출의 30% 수준일 뿐”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해소방안 모색, 유료방송 생태계 상생 협력 정책토론회’.

이 자리에서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 매출액의 약 60%를 송출수수료로 지급하는 기형적 상황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 실패라고 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6월 발표한 ‘2021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2조2508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의 58.9%에 달하는 수준. 이 말대로면 1000원을 팔아 600원 정도는 수수료를 내는 셈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남은 400원에서 물류 비용과 콜센터 비용 같은 것들을 제외시키면 홈쇼핑업계가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남는 돈은 34원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IPTV(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이 서비스하는 인터넷TV)와 SO(종합유선방송 사업자, CJ헬로·티브로드·딜라이브·현대HCN·CMB 등)와 같은 유료방송업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홈쇼핑 사업자들이 방송사업 매출액의 60% 수준이라면서 수수료 비중을 높여 얘기하지만 실제 전체 매출액과 비교하면 31.2% 수준이라는 것이다.

TV로 홈쇼핑방송을 시청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이들을 일부러 제외시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IPTV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 중에 쇼호스트들이 할인을 미끼로 구매·결제 행위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바꾸는데, 이런 매출은 쏙 빼고 수수료 비중을 계산했다”고 말했다.

TV홈쇼핑사가 방송매출을 줄이는 것은 방송발전기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이미 국정감사장에서 지적된 사안이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TV홈쇼핑은 방송영업이익의 13%를,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사업자는 10%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홈쇼핑사업자들이 방송발전기금 납부 축소를 위해 모바일 결제로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IPTV업계 “좋은 자리 맡으려면 높은 자릿세(수수료) 당연”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전쟁은 사실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2017년 11월 이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IPTV 업계와의 갈등이 첫 번째다.

홈쇼핑사는 IPTV업계에 주는 수수료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IPTV의 송출수수료 인상률은 전년 대비 19.5%에 육박했다. 최근 7년 평균 연 수수료 인상률은 28.3%였다. 이 정도 수수료율 인상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PTV업계에서는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11월부터 IPTV 가입자 수가 SO 가입자 수를 앞서기 시작했고 홈쇼핑사는 그만큼 홈쇼핑 잠재 고객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좋은 채널(자리)을 얻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수료가 오르는 것일 뿐라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엔 7개였던 홈쇼핑 사업자가 T커머스 진입으로 17개로 늘면서 좋은 채널(앞 번호 채널)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라는 뜻이다. 2018년은 T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앞자리 채널에 진입하기 시작한 원년이다.

IPTV 업체 관계자는 “10개 이상의 홈쇼핑 사업자들이 한정된 낮은 번호(1~10번 사이)를 두고 경쟁하면서 송출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은 시장 원리”라면서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매출이 안나온다면 뒷번호대로 가면 되는데, 이런 것은 안 하고 떼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IPTV 업계 관계자는 “좋은 판매자리를 잡으려면 자릿세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뒷 자리 채널에 있던 홈쇼핑사가 수수료를 더 주고 앞 자리로 옮겨왔을 때는 그만큼 매출 증대가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 SO업계 “홈쇼핑사 수수료 일방감액 통보하며 갑질”

IPTV와는 상황이 다른 SO도 홈쇼핑사의 처신에 불만이 있다. SO 가입자 수는 점차 줄어들면서 IPTV 가입자 수와의 차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738만명 만큼 차이가 난다.

SO업계에선 TV홈쇼핑사가 일방적인 감액을 통보하며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불만이다. IPTV가 수수료를 올리는 것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SO업계와는 제대로 된 협의에 나서지 않고 일방 감액통보의 횡포를 놓는다는 뜻이다.

김상욱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국장은 “SO의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홈쇼핑도 매출이 준 것과 비례해 송출 수수료를 책정하면 되는데, 홈쇼핑사는 SO 방송 매출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일방적인 감액을 통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지방의 한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가 5% 줄어든 상황인데 홈쇼핑은 송출 수수료를 임의적으로 10~30% 줄여달라 요구하는 식이다.

김 국장은 “과기부와 방통위에서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공표하고 있는데, 홈쇼핑사는 케이블 가입자 수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안 밝히고 있다”면서 “감액을 하더라도 정확한 근거를 대며 협의를 해야 하는데 홈쇼핑사들이 그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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