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50명 잡아 넘긴 유튜버…경찰이 불편한 이유

정세진 기자 2023. 2. 9.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약 거래를 유도해 112신고를 한 뒤 경찰이 피의자를 잡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유튜버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우려가 나온다.

오랜 시간 정보망을 활용해 관련 증거를 축적하는 전문 수사관과 달리 단순 마약 투약 또는 소지범을 현장으로 유도하는 유튜버 신고로는 상선과 하선을 추적할 추가 단서를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마약사범뿐 아니라 아동성착취물 소지자도 경찰에 신고해 검거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동네지킴이'는 지난해 10월23일 '갑자기 경찰차에 태우는데..ㄷㄷ'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 동영상 캡처

"마약 수사는 상선 한 명 잡으면 하선 잡는 건 일도 아니다. 개별 경찰서 마약전담팀이 365일 추적하고 있다." (경찰 마약 수사관 ㄱ씨)
" 112라는 신고체계는 누구나 신고할 수 게 만들어 놓은 것."(유튜버 '동네지킴이')

마약 거래를 유도해 112신고를 한 뒤 경찰이 피의자를 잡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유튜버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우려가 나온다. 오랜 시간 정보망을 활용해 관련 증거를 축적하는 전문 수사관과 달리 단순 마약 투약 또는 소지범을 현장으로 유도하는 유튜버 신고로는 상선과 하선을 추적할 추가 단서를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튜버 '동네지킴이'는 강북구, 성북구 등 서울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150명이 넘는 마약 사범을 경찰에 넘겼다고 주장한다.

검거실적을 올려주고 마약을 투약하면 언제든 체포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준다. 최근엔 마약사범뿐 아니라 아동성착취물 소지자도 경찰에 신고해 검거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동네지킴이 영상에는 '팀원'이라 불리는 제보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동네지킴이와 함께 마약사범을 유인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사건 정황을 전달하면서 체포를 돕는다. 이들이 어떻게 마약 사범을 현장으로 유인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피의자들은 '성관계와 마약 투약을 함께할 것처럼 남성들을 유도한 뒤 경찰에 신고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마약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동네지킴이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경찰 수사관들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 거래 특성상 마약 수사에서는 정보망이 핵심인데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상선에 대한 수사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에서다.

서울지역의 마약수사관 ㄱ씨는 "마약 수사의 핵심은 상선, 판매책 검거"라며 "전담 수사관들이 일년 내내 추적하며 수사하는데 유튜버 의협심에 추적이 끊기거나 꼬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튜버 '동네지킴이'는 지난해 10월23일 '갑자기 경찰차에 태우는데..ㄷㄷ'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 동영상 캡처

경찰 등 수사기관은 '생산자→판매자→배달책→투약사범' 순으로 중요도를 정해 수사에 나선다. 단순 투약·소지범은 너무 많고 형량도 낮아 수사력을 상선 단속에 집중하는 것이다. 투약과 소지로 붙잡힌 마약사범들은 사실상 윗선을 추적하는 중요 단서가 된다. 반대로 상선을 체포할 경우 '하선'에 해당하는 투약 사범을 잡는 건 '일도 아니다'는 게 마약 수사관들의 설명이다.

경찰 마약 전담 수사관 ㄴ씨는 "텔레그램, 다크웹 등 마약 매매 채널은 지방청의 전담 수사관들이 대다수 잠복해 있다"며 "매매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데 중간에 끊길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추적 중인 마약사범을 유튜버 신고하면 추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마약 전담 수사관 ㄷ씨는 "아무리 정황상 마약을 소지하거나 투약했을 증거가 있어도 머리카락이나 소변을 채취할 수 있는 영장이 없으면 체포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가 곧 검거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선 현장에선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면서 마약사범들이 '현장 대처 요령'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ㄷ씨는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는 상대 동의가 원칙"이라며 "구체적으로 체포 과정이 노출되면 안 그래도 한국의 공권력이 약한 상황에서 일선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동네지킴이 신고를 자주 받는 경찰서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네지킴이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일부 수사관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수사기법 노출된다'고 하는데 112라는 신고체계는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수사기법의 어떤 부분이 노출됐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지구대 경찰관과 형사들은 미리 와서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큰 사건이 있으니 빠져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다른 지역에 가서 신고하는 식으로 경찰에 협조해가며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