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홍보물 넣어 늘리고 표지만 3장…이게 해외출장 보고서?

황덕현 기자 2023. 2.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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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 해외출장 관리 부실
기한 내 보고서 제출 8건 중 2건뿐…5개월 늦게 제출하기도
한국환경공단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환경부가 산하 공공기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위탁 운영 중인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의 해외 출장이 부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귀국 보고서를 반년 가까이 늦게 제출하는가 하면 홍보 책자를 그대로 베끼는 등 결과물을 부실하게 제출한 사례가 감사에서 여럿 적발됐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환경공단 감사실은 지난해 11월말부터 12월까지 환경공단 환경에너지시설처의 4년치(2019년 1월~2022년 9월) 업무를 종합 감사해 총 8건의 사업에 주의 등 처분을 내렸다. 그중에는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의 해외 출장 관리 미흡도 지적 대상에 포함됐다.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학회 참석, 탐방 등의 이유로 총 8건의 해외 출장을 지원 받았는데, 그중 5건이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귀국 보고서를 기한보다 늦게 제출한 출장도 4건 적발됐다. 제출일이 확인되지 않은 귀국 보고서도 2건이었다. 제대로 기한 내 보고서를 제출한 경우가 2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5개월(147일)이나 늦게 귀국 보고서를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6월, 1주일간 출장을 갔다 돌아온 A대학원 학생은 귀국 보고서 제출 기한인 7월 말에서 약 150일이 지난 같은 해 12월24일에야 보고서를 제출했다.

제출한 보고서도 부실했다. 이 대학원생이 제출한 총 42쪽의 보고서 중 해외 출장 성과물, 발표 포스터 등 성과와 완련된 내용은 40%에 불과한 17쪽이었다. 이 학생은 무려 16쪽(38%)을 여권, 출입국 증명서, 항공권 내역 등 출입국 서류로 채웠다. 또 표지만 3장을 넣어 분량을 채우기도 했다.

2019년 7월 해외 출장을 다녀온 한 대학원생의 보고서는 총 33쪽 중 절반에 가까운 15쪽(45%)이 학회 프로그램 일정표, 안내문, 브로슈어 등 홍보용 책자였다. 6장은 지출내역과 영수증, 학회 수료증, 행사준비물, 출장신청서를 넣었다. 이 보고서도 성과와 관련된 내용은 36%(12쪽)에 그쳤다.

해외 출장 비용 등을 지원받은 사진 1~2장이 A4용지 한면에 들어갈 만큼 크게 키우거나 항공권 등 출입국 서류와 영수증 등 청구서 등을 스캔해서 보고서 내용을 채우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대학원생은 홍보용 책자를 스캔해서 넣거나 학회 프로그램 일정표 이미지를 그대로 넣기도 했다.

환경부 운영 폐자원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에서 제출한 국외출장 보고서(한국환경공단 제공) ⓒ 뉴스1 황덕현 기자

기후·환경 관련 특성화대학원의 부실한 해외 출장 관리가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이와 유사한 사업인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도 2020년 국정감사에서 귀국 보고서 등 해외 출장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의 해외 출장 지원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환경공단 감사실은 "목적이 불분명한 출장을 방지할 수 있는 운영·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원 운영을 위탁한 환경공단 환경에너지시설처에 국외출장 관리 내실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은 환경부가 환경기술인력 양성사업 운영지침에 따라 2008년부터 운영 중인 폐자원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다. 대학원과 산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일부는 환경부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임직원의 재교육용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 대학원으로 선정되면 1년에 3억원씩 최대 5년간 지원한다. 그간 부경대, 창원대, 대구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 서울시립대 등이 폐자원 에너지화 특성화 대학원으로 운영돼 왔다. 환경부는 올해도 1개 대학원을 신규 지정하기 위해 지난 1일 모집 공고를 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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