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담임 기피
서울 A초등학교 교무실에는 2월 초 담임 배정판이 등장한다. 교사들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희망 학년에 포스트잇을 붙이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그 전에 맡은 학년 등에 따라 누적 점수를 받는다. 가령 가장 기피하는 6학년을 한번 맡으면 10점, 그다음 기피하는 1·5학년은 8점을 받는 식이다. 그 점수 순서대로 희망 학년을 고르는 것이다. 담임을 하지 않고 영어 등을 맡는 교과 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서울의 상당수 초등학교가 이 방식으로 학년을 배정하고 있다고 한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교사들이 갈수록 담임이나 부장을 맡는 것을 꺼려 학교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맘때 교장·교감은 교사들을 붙잡고 담임·부장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투표로 정하거나 2~3년 차 막내 교사에게 떠맡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부장은 기피 1순위다. 담임 기피가 심해지면서 중·고교 담임 10명 가운데 3명은 기간제 교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 비율은 최근 10년 사이 2배로 높아졌다. 담임 배정을 받으면 휴직해버리는 교사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교육계에서는 담임을 맡으면 업무가 2배쯤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교과 수업 외에도 학생 생활 지도, 상담, 각종 행정 업무, 생활기록부, 학적 관리 등 업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 민원도 대폭 늘어난다. 한 서울 사립고 교장이 “지금 학교는 ‘민원 공화국’”이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닌지 일본에도 학교에 상식을 벗어난 요구나 행동을 하는 학부모를 뜻하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담임이나 부장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결국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담임 수당은 2003년 11만원에서 2016년 13만원으로 올라 지금까지 그대로다. 20년 동안 2만원 오른 것이다. 부장 수당은 2003년 이후 20년째 7만원 그대로다. 수능 같은 시험 감독 한 번만 해도 15만원 안팎을 받는데 각종 민원 시달리면서 한달 13만원 받으니 다들 안 맡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 같다.
▶그래도 필자가 접해본 교사들은 거의 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명감을 얘기하기 전에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본질적인 행정 업무를 대폭 줄여주면서 교권 보호 장치를 보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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