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코는 술 마셔서 앓는 피부질환? 자외선 노출·유전 때문에 생기기도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보필한 덕으로 공신에 책록(策錄)된 홍진(洪進, 1541~1616년)의 영정. 당시 화풍으로 제작된 초상화로,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경기도 문화재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모란 문양이 선명한 사모와 가슴에 한 쌍의 공작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17세기 공신 초상 양식을 띠고 있다. 뛰어난 화법의 초상화로 평가받는데, 섬세한 붓 작업으로 눈가 주름을 절묘하게 표현했고, 수염이 자연스럽게 구현돼 입체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눈빛도 살아 있다.
홍진은 평소 술을 좋아하여 코에 주독으로 인한 질병이 있었다. 초상화에서 종양이 자란 듯한 코를 묘사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요즘은 얼굴 증명사진 속 여드름도 지워주는데, 그때는 이른바 ‘포샵질’은 없었다.
초상화에 드러난 질병의 흔적에 대해 쓴 책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의 저자 이성낙 아주대의대 피부과 명예교수는 “왕의 권위를 널리 전하기 위해 제작된 태조 이성계의 초상에도 이마의 작은 혹(모반세포성 모반)을 그려넣을 정도로 있는 그대로 그렸다”며 “순박하고 정직한 선비정신이 초상화에 담겼다”고 말했다.
홍진의 질환은 주사비(酒齄鼻)이다. 흔히 딸기코라고 부르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우유리 교수는 “얼굴 중심부에 지속적인 홍반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며 “약 1.7%의 유병률을 보이고, 30~50대에 흔하며,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주사비 악화 원인은 흔히 음주나 고온 노출로 알려져 있지만, 자외선 노출이나 유전적 소인으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도 유발된다.
우 교수는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국소 도포제, 경구 약물과 피부 밖에서 붉게 보일 정도로 확장된 혈관을 지져서 없애는 레이저 치료 등이 시행된다”며 “고온, 저온, 자외선 노출, 매운 음식, 뜨거운 음료, 알코올, 스트레스 등을 줄여야 주사비가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홍진 초상에 대한 단상. 세상 떠날 때 근사한 초상 남기려면, 얼굴 관리 하든가, 제대로 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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