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이주호 장관이 결자해지해야
대학 등록금은 2009년 이후 15년째 동결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일부 대학이 먼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고, 뒤이어 다른 대학들까지 하나둘 동참을 선언하자 교육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아직 논의 중인 대학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등록금 규제는 진학률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민생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형식은 당부지만 사실상 협박으로 들리는 건 교육부가 대학에 대해 각종 행정·재정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데다 그동안 등록금을 올리면 재정 지원을 끊는 식으로 이 제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안 통한다. 물가가 워낙 올랐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법적으로 직전 3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넘게 올릴 수 없다. 3년간 물가 상승률 평균이 1.2%라면 1.8%가 상한선인 셈이다. 교육부는 동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금을 주지 않았다. 전에는 물가가 많이 안 올라 대학 입장에선 교육부에 ‘찍혀‘ 가면서 등록금을 찔끔 올리느니 교육부가 주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게 나았지만, 갈수록 지원금은 줄고 물가는 급등하면서 이런 ‘채찍·당근’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와버렸다.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는 2012년 1조원에서 올해 2100억원까지 감소했고,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를 넘는다.
대학이 교육부 ‘협박’을 무릅쓰고라도 ‘등록금 인상’이란 고육책을 꺼낸 건 15년간 등록금 못 올린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번에 학교가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하자 학생들이 반대는커녕 찬성하면서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읍소하는 곳까지 나왔을까.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등록금 규제는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유지됐다. 다들 대학이 국가 경쟁력 발판이란 인식은 공유하면서 등록금은 못 올리게 했다. 그렇다고 획기적인 지원을 한 것도 아니다. 그 결과 대학 재정은 물론, 경쟁력까지 나날이 하락하는 최악의 결과만 낳았다.
이제 윤석열 정부에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윤 정부는 앞서 입학부터 학사 관리를 비롯한 대학 운영까지 일일이 간섭하던 규제를 없애 대학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등록금 인상 규제를 놓고선 태도가 싹 바뀌었다.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보니 여론 눈치를 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대학도 살리고 서민 학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묘안을 내놔야 한다. 그저 대학을 ‘협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등록금 규제를 2009년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 바로 지금 이주호 장관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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