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200년 된 古木 같은 몸

전지영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2023. 2.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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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한상엽

작년 이맘때, 집 근처 상가에 필라테스 학원이 생겼다. 처음에는 한 곳뿐이었는데, 불과 일 년 만에 반경 1㎞ 안에 다섯 곳이 문을 열었다. 공급은 수요에 따를 터. 어떤 운동이기에 이토록 유행하는지 궁금해서, 무작정 10회권을 등록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첫 수업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날 나는 숨을 제대로 쉬는 게 몹시 어려운 일임을 처음 알게 됐다. 발바닥 전체를 땅에 붙이고 서기, 어깨와 가슴을 중력 방향으로 떨어뜨리기,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호흡을 신경 쓰면 동작이 망가졌고, 동작을 신경 쓰면 숨이 차올랐다. 결국 나는 10회의 수업 시간 동안, 한 번도 정확한 동작을 해내지 못한 채,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이제까지 내 몸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몸의 단 한 부분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줄 몰랐던 것이다. 몸을 자유롭게 쓰려면, 먼저 정확히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몸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나의 현재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읽고 반응한다. 몸이 보이는 신호를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진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무거운 물건을 놓치는 건 등이 아닌 팔의 힘을 쓰기 때문이며, 자주 어지러운 이유는 들숨보다 날숨의 양이 현저히 많기 때문이었다.

강사는 몸을 ‘이백년 된 고목’처럼 여기라고 말했다. 땅 깊숙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한자리에 우직하게 서 있는 데에 익숙하지 못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수업은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몸의 상태를 살피려고 노력한다. 어깨가 지나치게 솟은 건 아닌지, 허리가 굽고 골반이 뒤틀린 건 아닌지 의식적으로 확인한다.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피로와 통증이 현저히 줄었다. 무엇보다 의식적으로 발을 온전히 땅에 붙이고 서게 되었다. 단단히 땅을 딛고 설 때 느끼는 안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도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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