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화 되찾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2022년은 현존하는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근본적인 변화의 해가 됐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발사한 로켓은 누가 적이고 친구인지를 밝히며 가면을 벗어던졌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흰색 깃발이 아니라 파란색과 노란색 깃발을 선택했다. 도망치지 않고 적과 맞서기로 선택했다. 자유를 위한 저항을 선택했다.

세계 각국에 있는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은 “당신들은 항복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말들을 들었다. 3~4일 만에 함락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승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답했다. 우리는 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우크라이나의 해라고 불릴 만하다. 우리는 의심과 절망, 두려움을 극복했고 우리의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의 수백만 국민을 결속시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은 국가로서 우크라이나를 말살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약 90년 전에도 소련 정권은 계획된 기근 정책을 이용해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무자비하게 굶겨 죽였다.

현재 러시아는 불법 처형, 강간, 강제 징집, 납치, 의료시설 공격 등 국제 인도주의 규범과 인권법을 조직적으로 위반하면서 테러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의 97%는 민간의 목표물을 겨냥했다. 우크라이나 사법 당국은 지난해 2월 24일부터 6만3610건의 전쟁 범죄와 침략 범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수치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제외한 수치이며, 매일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승인된 군사 전략’이다. 점령지의 친러 행정 당국은 우크라이나 시민을 점령지와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물론, 인종 청소를 위해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강제 입양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집단 학살했다며, 이를 빌미로 ‘특별군사작전’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반박하고 국제법을 어긴 것은 러시아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 2월 24일 침략 직후 우크라이나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노사이드 혐의로 러시아를 제소했다. 3월 16일 ICJ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잠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침략 국가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모든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 재판소를 만드는 데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영토의 안전과 평화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개 항의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제안했다. 이는 핵 안전 보장, 식량 및 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러시아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을 비롯한 정의 회복, 종전 공고화 등을 포함한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는 ‘평화 공식’을 실현하는 데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 기여할 수 있고, 평화를 앞당겨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 역시 세계의 중심에 있는 국가로서 그 과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받은 안보와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 동맹국들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의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한국의 발전기, 굴착기, 라디오 방송 시설, 구급차, 노트북, 의료 장비, 기부금 등으로 러시아의 잔인한 침략에 희생당한 이들에게 절실한 구호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평화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우크라이나의 무장일 것이다.

2023년이 우크라이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나라에 승리의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의 노력에 동참하고 함께 맞서야만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그들의 범죄가 반드시 처벌받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세계 안보를 보장하며, 유엔 헌장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대한 존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