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18> 청송 해월봉~구리봉

이창우 산행대장 2023. 2.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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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 닮은 얼음벽에 ‘으스스’…마법 걸린 겨울왕국


- 약수터 주차장 회귀코스 5.5㎞
- 완만한 능선길 가족산행도 적합
- 원자바위·국화마을 빙벽 볼거리
- 매섭게 몰아치는 골바람 유의를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아렌델 왕국의 공주 ‘엘사’는 왕과 왕비가 죽자 여왕에 오른다. 그러나 즉위식에서 마법을 부린다는 게 탄로 나 왕궁을 떠난다. 엘사의 마법으로 왕국은 꽁꽁 얼어붙어 빙하가 된다. 동생 안나는 언니를 찾아 빙하가 된 왕국의 마법을 푸는 모험을 나선다. 월트 디즈니 픽쳐스의 ‘겨울왕국’ 애니메이션 내용이다.

청송 얼음골의 62m 원자바위에서 떨어지는 인공폭포가 한겨울에는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바뀐다. 그 모습이 백상아리의 아가리를 보는 듯 섬뜩하다.


국내에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 때문에 엘사는 ‘얼음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얼음으로 뒤덮인 곳을 ‘겨울왕국’에 비유한다.

얼음공주 엘사의 마법에 걸려 겨울왕국이 된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많은 근교산 동호인은 놀랄 것이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의 청송 얼음골인데, 해월봉(610m) 아래 62m 높이의 바위 벼랑인 원자바위와 800m쯤 떨어진 국화마을의 청송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뒤 인공빙벽이 그곳이다. 얼어붙은 폭포의 넓이가 100m에 달할 만큼 국내 최대 규모다. 두 빙폭은 계곡물을 끌어올려 만들었다. 여름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인공폭포지만 겨울에는 얼어붙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물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한여름에 얼음이 언 다는 청송 얼음골로 인해 여름 산행지로만 알고 있는 해월봉~구리봉을 겨울왕국 인공폭포와 엮어 소개한다.

근교산 취재팀은 두 산을 2008년 7월 <587>청송 구리봉~해월봉 편에 소개했다. 당시 영덕군 달산면 도전리 팔각산장 주차장에서 출발해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 얼음골로 하산하는 종주코스였다. 세 지자체가 경계를 이루다 보니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날머리에서 들머리로 되돌아가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에 아쉬움이 커 이번에 원점회귀로 찾았다. 거대한 수직 빙폭의 감흥을 즐기고, 청송 얼음골 약수터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해월봉~구리봉 산행은 산세가 험하지 않은데다 산행거리도 비교적 짧아 가족 산행을 해도 괜찮다.

산행 경로는 청송 얼음골 약수터 주차장~얼음골 약수터~해월봉 입구~561m 돌탑봉~해월봉 정상~구리봉 정상~달기봉~원구리·도등기 갈림길 삼거리~원구리마을(항리)~얼음골 약수터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다. 산행거리는 약 5.5㎞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청송 얼음골 약수터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고을 순시를 나온 원님이 벼랑에서 말이 발을 헛디뎌 함께 떨어져 죽은 데서 유래한다는, 아파트 18층 높이 원자바위에 얼어붙은 빙폭은 바늘 같은 얼음기둥이 백상아리 아가리를 보는 듯 섬뜩하다. 얼음골 약수가 강추위에 얼었는지 궁금해 먼저 약수터로 향했다. 가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삼복더위에 그렇게 북적이던 인파는 온데 간데 없고 취재팀만 텅 빈 약수터를 찾았다.

청송 얼음골과 800m 떨어진 국화마을의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 뒤로 들어선 인공빙벽.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얼음공주 엘사도 얼음골의 약수는 얼리지 못했다. 여름보다 수량은 적지만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렸다. 한 모금 들이켜니 여름에 이를 시릴 만큼 차가웠던 약수는 청량하며 담백했다.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면 화장실 옆에 해월봉과 구리봉을 얼음골 등산로로 소개하는 안내도가 서 있어 참고한다. 안내도의 원구리에서 얼음골 4㎞ 거리는 잘못 표시됐다. 실제거리는 약 1.3㎞다. ‘여기는, 청송 얼음골입니다’ 입간판을 지나 덱 길을 10m쯤 가면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해월봉(1.5㎞)은 왼쪽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시작한다. 항리·진흥사(4.5㎞) 이정표에서 돌계단을 오르면 바위 틈새에 얼음이 언다는 잣밭골 너덜겅이 정면에 펼쳐진다. 산길은 오른쪽으로 틀어 나무 울타리를 따라간다. 이정표에는 해월봉까지 약 50분 소요된단다.

곽씨 묘에서 능선에 올라붙는다. 로프가 걸린 바위길이 잇따라 나온다. 능선 좌우로 얼어붙은 인공폭포의 하얀 얼음기둥이 반짝인다.

입구에서 25분이면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발아래 얼음골 약수터 주차장과 원자바위 인공 빙폭 뒤로 구불구불한 계곡 왼쪽에 울퉁불퉁한 봉우리는 팔각산이며, 오른쪽 봉긋한 봉우리는 바데산이다. ‘해월봉 1300m’ 이정표를 지나 무덤에서 왼쪽으로 평탄한 능선을 탄다. 굴피나무가 많이 보인다. 경북 북부와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곰 발바닥처럼 나무껍질이 두꺼워 지붕을 이을 때 쓰고, 나무의 이름을 따 ‘굴핏집’이라 한다.

다시 오르막 산길이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25분이면 돌탑이 있는 561봉에 도착한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보여 해월봉으로 많이 오해하는 봉우리다. 오른쪽으로 완만한 능선을 탄다. 눈은 볼 수 없고 그 대신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러셀을 한다. 10분쯤이면 이정표가 서 있는 능선 갈림길에 올라선다. 이정표 기둥에 해월봉 정상이라 표시해놓았다. 정상에서 동해를 보면 바다에 뜬 고깃배가 밝힌 등불이 달 같이 보인다고 해서 해월봉이 유래했다고 하나 잡목으로 조망은 없다. 구리봉은 왼쪽으로 간다. 이제부터 포항과 청송을 경계 짓는 능선을 타고 간다. 오른쪽은 ‘등산로 아님’ 안내판이 바닥에 뒹굴며, 낙동정맥과 연결된다.

능선 오른쪽 포항 땅에는 제법 굵은 잣나무가 숲을 만들었다. 북쪽 무장산 뒤로 두리뭉실한 주왕산 국립공원이, 오른쪽으로 여덟 암봉인 팔각산과 바데산 동대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뿐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전망대 한 곳 찾을 수 없었다. 607봉을 넘어 15분이면 무덤이 들어선 구리봉에 도착한다. 구리봉은 북쪽 사면의 호랑이 굴에서 유래하며 팔자봉으로도 불린다. 항리·원구리 갈림길로 잠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얼음골에서 골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눈만 나오는 모자를 썼는데도 강추위에 미간이 따끔거린다.

삼각점이 있는 달기봉(511.1m)을 왼쪽으로 돌아 20분이면 이정표가 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취재팀은 왼쪽 원구리(1.5㎞) 방향으로 내려간다. 산행리본이 많이 달린 오른쪽은 ‘도등기 갈림길’ 방향이며 항리 진흥사, 영덕 팔각산 주차장으로 가는 종줏길이다. 완만한 능선은 폐 임도를 가로질러 소나무 숲을 내려가면 이정표와 안내도가 나온다. 능선 갈림길에서 약 25분이면 원구리 마을 앞 얼어붙은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도로에 올라서고, 얼음골 주차장은 왼쪽으로 길손식당을 지나 20분이면 도착한다.

# 교통편

- 당일 산행하려면 자차 이용
- 수부정휴게소로 내비 설정

대중교통을 타고가는 당일 산행은 불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한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228 ‘청송 얼음골 수부정휴게소’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간 뒤 동대구터미널에서 청송행 버스를 타고 청송군 부남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부산역에서 동대구역행 열차는 수시로 있다. 동대구터미널에서 청송행 버스는 오전 7시20분, 9시30분, 11시30분에 있으며 부남터미널에서 내린다. 부남터미널에서 청송 얼음골로 가는 농어촌 버스는 오전 8시5분, 오후 2시35분 하루 두 차례 다닌다.

산 행 뒤 부남터미널에서 2시 35분 버스가 종점인 영덕군 달산면 옥계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바로 부남터미널로 되돌아가는데, 산행 날머리인 원구리마을의 항리정류장에 오후 3시10분쯤에 지나가니 참고한다.

부남터미널에서 버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청송 얼음골까지 부남개인택시(054-874-5454)를 이용한다. 요금은 3만 원 선. 부남터미널에서 동대구행은 오후 3시2분 5시2분 7시2분(막차)에 있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행 기차는 수시로 있다.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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