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 저 많은 공장 거미줄 치려나

경기일보 2023. 2.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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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일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아우성이다. 중소기업 구인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악화된 모양이다. 오죽하면 ‘경영난보다 인력난이 더 무섭다’고 할까. 인천·경기 지역 산업단지들에서는 365일 ‘직원 채용’ 공고를 내붙인다.

그러니 직원 중 누가 곧 나간다는 소문만 돌아도 초비상이 된다. 최근에는 애써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한두 달 만에 더 나은 곳을 찾아 가버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청년들의 구직난은 여전히 첫손 꼽히는 사회 문제다. 이 모두, 지난 반세기 땀흘려 쌓아온 성과와 그 지속가능을 위협하는 난제들이다.

극심한 구인난의 현장을 가보자. (경기일보 7일자 1면) 인천 남동구의 한 석유·화학 소재 기업은 1년 내내 채용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그래도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가급적 내국인을 쓰려 하지만 내국인, 특히 청년은 ‘씨’가 마른 것 같다는 푸념이다. 하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만 일이 손에 익을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가니 상시 인력난이다.

경기 화성의 한 화장품 용기 업체에서도 직원 한 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쯤 된다. 제조업=3D 편견을 벗기 위해 수억원짜리 정화시설과 스마트 공정도 도입했다. 신입사원 초봉 3천만원에 무료 기숙사까지 지원한다. 그래도 사람을 못 구하니,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려갈 것인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정책도 그간 많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기업, 정부가 2년간 함께 공제부금을 넣어줘 몫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대부분이 ‘내채공(청년내일채움공제)’이 끝나면 회사를 나가 버린다. 청년들의 장기 근속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이나 인천시의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도 청년들을 일시적으로 붙들어 놓을 뿐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들 정책의 청년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더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짧은 기간이나마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져서다. 결국 백약이 무효인 셈이란 말인가.

중소기업의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은 악화일로의 출생률 하락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부은 온갖 처방에도 되돌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선진국병인가.

출산격려금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데에야 무력하다. 마찬가지로 궂은일은 하기 싫다는데, 어떤 처방이 통할 것인가. 결국 시간이 약일 것인가. 저 많은 공장들이 거미줄 치게 될 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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