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가진 쥐가 탄생했다

유지한 기자 2023. 2.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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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심은 사람 뇌 오가노이드
3개월 만에 물리적으로 통합
혈관 형성, 시각 자극에 반응
“뇌의 기능적 통합 이뤄진 것”
쥐의 뇌에 이식된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형광 부분) 모습. /미 펜실베이니아대

쥐의 뇌에 이식된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미니 뇌)가 시각 자극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리적으로 합쳐진 것뿐 아니라 뇌의 기능적인 부분까지 통합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가 쥐의 뇌와 통합된 뒤 빛에 반응했다”고 국제 학술지 ‘셀 줄기세포’에 2일 밝혔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인간의 뉴런(뇌의 신경세포)을 쥐 같은 설치류에 이식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최근 뇌 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쥐의 뇌에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식된 오가노이드가 뇌의 시각 기능과 통합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개별 세포를 이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을 이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뇌 오가노이드는 세포가 뭉쳐 만들어진 조직으로,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약 80일간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뉴런을 배양했다. 이후 뇌의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손상된 쥐에게 이식했다. 뇌 오가노이드는 쥐의 뇌와 3개월 만에 통합됐다. 혈관이 형성되고 크기도 커졌다.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와 쥐의 뇌 사이 물리적 연결을 추적했다. 이를 위해 뉴런에서 뉴런 사이의 연결부인 시냅스를 따라 이동하는 형광을 띤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바이러스를 쥐의 눈에 주입하니 망막에서 신경을 따라 뇌 오가노이드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번쩍이는 빛을 쏠 때와 흰색과 검은색 막대를 번갈아 노출시켰을 때 뇌 오가노이드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뇌 오가노이드의 뉴런은 빛에 반응했다. 연구진은 “이는 오가노이드의 뉴런이 뇌의 시각 시스템과 통합했을 뿐 아니라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연구진은 “3개월 만에 뇌 오가노이드가 쥐의 뇌에 통합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기능적 통합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의미다. 앞선 다른 연구들에서는 인간의 뉴런을 쥐에 이식하고 9~10개월이 지나도 완전히 통합되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는 손상된 뇌를 치료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가 통합되는 과정을 이해해 그 과정을 잘 통제하고 더 빨리 통합되는지를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시각을 담당하는 곳뿐 아니라 뇌의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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