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낳은 어미 범고래, 출산율 '반토막'

이영애 기자 2023. 2. 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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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는 암컷을 낳으면 금세 독립시키지만 수컷을 낳으면 다음 출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을 성체로 기르는 데 힘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와 요크대, 케임브리지대, 미국 고래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범고래가 수컷을 낳은 뒤에는 향후 번식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월 8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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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범고래는 다음 출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을 성체로 기르는데 힘쓴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범고래는 암컷을 낳으면 금세 독립시키지만 수컷을 낳으면 다음 출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을 성체로 기르는 데 힘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와 요크대, 케임브리지대, 미국 고래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범고래가 수컷을 낳은 뒤에는 향후 번식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월 8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이런 현상은 수컷 새끼가 자라는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82~2021년 약 40년간 북미 태평양 연안 남부에 서식하는 범고래 개체군 중 어미 범고래 40마리의 번식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어미 범고래는 수컷 새끼가 성체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주변에 머물며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미 범고래는 연어 같은 먹이를 구한 뒤 반으로 쪼개 절반을 새끼에게 나눠준다. 암컷의 경우에는 가임 연령에 도달하면 먹이 공급을 중단하지만 수컷의 경우 성체가 돼도 계속 먹이를 먹였다.

어미의 이런 행동에는 대가가 따랐다. 어미 범고래가 젖을 이미 뗀 수컷을 돌보는 데 힘을 쏟는 동안 새로운 새끼를 낳을 확률은 5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다 큰 수컷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셈이다.

마이클 와이즈 미국 고래연구센터 연구책임자는 "수컷 새끼가 번식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그동안 치러야 하는 대가를 능가할 만큼의 진화적 이점을 얻었기 때문에 어미 범고래가 수컷 새끼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컷 범고래가 계속해서 어미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행동이 어미의 번식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범고래의 이런 생태는 범고래 개체군을 유지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북미 태평양 연안 남부에 서식하는 범고래 개체군은 단 73마리로 구성돼 있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이들은 다른 범고래 개체군과 교배하지 않는다.

댄 프랭크스 영국 요크대 생물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수컷 새끼를 살리기 위해 미래의 번식가능성을 포기하는 이런 전략은 과거에는 진화적으로 유익했을 수 있지만 현재는 범고래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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