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73] 포르투갈의 푸른 타일
흔히 포르투갈의 이미지는 대구(大口)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 포르토 와인, ‘서핑의 천국’ 정도가 알려져 있다. 거기에 또 한 가지 대표적인 것은 바로 코발트빛 타일로 내외부가 마감된 건물의 벽들이다. 이 푸른 타일들은 아줄레호(Azulejos)라고 불리는데, ‘작고 반짝이는 돌’이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그 이름처럼 얇은 정사각형으로 절단되어 유약이 입혀진, 지극히 단순한 형태다.
타일은 건물의 큰 벽면을 마감하고, 무한한 조합과 변형으로 장식하기 좋은 재료다. 보통 새나 나뭇잎과 같은 소재가 많지만, 수천 수만 개의 타일이 합쳐져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성직자의 생활이나 대항해의 시대를 묘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마치 고딕성당의 총천연색 스테인드글라스가 성경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타일의 기원은 이집트로 알려져 있지만 그 활용이 보편화된 곳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다. 특히 형상을 만들지 않고 기하학적 패턴으로 의미를 표시하는 이슬람 건축의 관례상 타일은 이런 용도로 사용되기 적합한 재료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에 13세기 무어인들의 침입하면서 서서히 이슬람 문화가 정착하게 된다. 이후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왕 마누엘(Manuel) 1세가 스페인의 세비야를 방문하고는 타일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적극 장려, 도입하게 되었다.
현재 유명한 포르토의 상벤투(São Bento) 기차역을 비롯하여 성당, 주택, 레스토랑과 카페 등에 폭넓게 응용되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푸른색이 채택된 건 명나라의 청화백자의 영향 등으로 16~17세기에 고급스럽고 우아하다고 인식되던 색이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는 낙후된 질감에 정겨움이 느껴지는 도시들이 많다. 여기에 푸른 타일은 하나의 특색 있는 거리의 풍경으로, 또 공공미술로 자리를 잡은 듯 보인다. 그리고 건물들은 이 타일의 패턴과 그림을 통해서 우리와 대화를 청한다. 음식이나 문화재, 자연환경과 더불어 어느 나라가 고유의 색과 재료로 기억되는 건 특별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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