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7] 인공지능 가수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2023. 2. 9.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록 2집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우리 기억에서 점차 사라졌으나, ‘세상엔 없는 사랑’이 수록된 1집 음반은 20만장 이상 팔리며 성공을 거두었다. 1998년 데뷔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에 이어 ‘류시아’와 ‘사이다’가 사이버 가수 2호와 3호를 차지했다. 노래하는 표정과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여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한동안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 뒤로 25년이 흘렀고 세상은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은 결과적으로 비대면 세상 또는 가상 세계를 시기적으로 앞당겼다. 최근에 인공지능 가수들이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도 그 예다. 이들은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른바 ‘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확장 가상 세계’라는 메타버스(Metaverse)를 기반으로 여러 인공지능 가수들이 활동 중인데, 겉모습과 활동 방향을 기준으로 하여 몇 개의 유형으로 나뉜다.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이세계 아이돌’ ‘아뽀키(APOKI)’ ‘사공이호’가 가상 캐릭터 가수라면, ‘이터니티’ ‘한유아’ ‘루이’ ‘오로지(ROZY)’ ‘슈퍼카인드’ ‘메이브(MAVE:)’ 등은 실제 존재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가상 인간 가수들이다. 또한 실제 가수 네 명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가 공존하는 ‘에스파(aespa)’는 가상 부캐릭터 가수의 유형에 속한다.

인공지능 가수들은 실제 인간의 목소리나 기계로 합성한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토끼 캐릭터를 활용한 아뽀키는 2023년 현재 유튜브 구독자 29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고, ‘사공이호’는 2022년 6월 데뷔곡 ‘Wake up’으로 지상파 음악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가상 인간 가수인 ‘세진’과 네 명의 실제 인간이 함께 활동하는 소년 그룹 ‘슈퍼카인드’는 데뷔곡 ‘Watch out’이 조회 수 125만회를 기록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에스파’는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더 거버너스 볼 뮤직페스티벌 2023′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에서는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한 연예기획사는 자연스러운 움직임, 새롭게 창조한 목소리, 실시간 소통 등 관련 기술을 총동원한 새로운 인공지능 가수의 등장을 예고했다. 앞으로 실제 인간 가수는 인공지능 가수들과 어떻게 공존할까? 인공지능의 발달에 경탄하면서도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예술마저도 우리의 손에서 벗어난 상황에 조금은 불안해지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 어디쯤 우리가 있을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