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공교육 붕괴… 챗GPT에 교사 맡길텐가
재학생도 월 400만원 기숙학원으로
공교육 붕괴로 비효율성 극에 달해
교사 아닌 학생 중심 교육개혁 해야
기숙형 학원은 재수생들이 가는 사교육 기관으로 알았다. 이번 입시에서 실패한 아이를 그런 곳에 넣은 이가 주변에도 있다. 한데 고교 재학생들도 이런 곳에 의존한다고 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1∼2월 집중 과외를 해준다. 1월 초 방학하는 고2 학생은 입원 날짜를 맞추려고 체험학습계획서를 낼 정도다. 수강료가 월 400만원이라니 대학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는 평가를 받는 곳이라는 현실은 일찌감치 경험했다. 과목마다 몇십만원 하는 학원비로 허리띠도 졸라매 봤다. 수학은 왜 ‘미적분’,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로 쪼개서 학원비를 과목마다 내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초롱초롱, 학교에서 꾸벅꾸벅 조는 생활의 연속이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대학 지원서는 고교 재학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느낀 점,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 배려·나눔·협력·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라고 하니 이런 부조리극이 없다.
학원은 이제 학생 교육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교육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아이들 교육의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스쿨생들마저 학원에 다니는 판이라고 하니 초·중·고생이야 당연하다고 위안이라도 삼아야 하나.
학교 교사가 아닌 학원 강사를 통해 참교육의 의미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슬픈 현실이다. 드라마 속 강사는 힘든 생활 속에서 사교육 없이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무료 과외에 나선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는 교사는 이제 없는 것일까.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에게 월급봉투를 헐어줬다는 얘기는 전설로 남아야 하나.
우리 교육 현장이 잘못돼도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1970∼1980년대 한 반에 50∼60명이던 학생은 이제 20여명 선이다. 1990년대 교원 1인당 20∼30명이던 학생 수는 10명 안팎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는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국세 총액의 20%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좀 손질하려고 하니 아우성이다. 학생들에게 입학 준비금으로 30만원을 주느니, 교복비나 태블릿PC를 지원하느니 흥청망청하면서 말이다. 학생 수가 줄고 예산이 남아도는데 효율성은 극히 떨어지니 교사, 교육부 공무원 숫자라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30여년간 참교육을 기치로 내세워 투쟁해온 교사단체는 작금의 교육 현실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교사들 설 자리가 없겠는데.” 교사인 지인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챗GPT에서 느끼는 위기감이다. 대화형 챗봇은 지금 수준에서도 무엇이든 물어보면 제법 척척박사다.
정부가 연금개혁, 노동개혁과 더불어 교육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교육개혁은 수요자인 학생이 아닌 공급자인 교사 중심으로 된 잘못된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근본적인 공교육 변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학교가 학원에 자리를 내줬듯 교사 역할을 챗GPT와 유튜브가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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