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분향소’ 유가족·시민 소통공간 돼야 [현장메모]

조희연 2023. 2. 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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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를 보고 '이게 생지옥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근데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릴 땐 '내가 살아있는 지옥 속에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고요."

지난 3일 이태원 압사 참사 100일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명임(58)씨는 참사의 당사자가 된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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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를 보고 ‘이게 생지옥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근데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릴 땐 ‘내가 살아있는 지옥 속에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고요.”

지난 3일 이태원 압사 참사 100일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명임(58)씨는 참사의 당사자가 된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이제야 세월호 유가족이 이해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일 테다.
조희연 사회부 기자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유가족을 향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은 참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이었다. 그 거리감은 공간보단 시간의 차이에 가까운 듯 보였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하루 24시간씩 주어지는 것 같지만, 유가족들은 시간이 자신을 “지나쳐 갔다”고 입을 모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더해 참사 당일 현장에 경찰이 부족했던 이유, 희생자들이 연고도 없는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유, 정부가 유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돕지 않는 이유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이들을 참사 당일에 가둬놓고 있었다.

김씨는 “시민과 유가족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도 간곡하게 말했다. 희생자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게 되면 시민들이 이번 참사를 ‘이태원 참사’라는 단어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159명의 아이들이 꿈꿔온 미래를 앗아간 참사로 기억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공간이 아닌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더 많은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그곳에 놓인 영정사진 속 앳된 얼굴을,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그 곁을 지키는 유가족을,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는 시민들을 봐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이태원 참사’라는 5글자는 사실 159개의 우주를 잃어버린 참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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