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분향소’ 유가족·시민 소통공간 돼야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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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를 보고 '이게 생지옥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근데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릴 땐 '내가 살아있는 지옥 속에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고요."
지난 3일 이태원 압사 참사 100일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명임(58)씨는 참사의 당사자가 된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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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를 보고 ‘이게 생지옥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근데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릴 땐 ‘내가 살아있는 지옥 속에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고요.”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하루 24시간씩 주어지는 것 같지만, 유가족들은 시간이 자신을 “지나쳐 갔다”고 입을 모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더해 참사 당일 현장에 경찰이 부족했던 이유, 희생자들이 연고도 없는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유, 정부가 유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돕지 않는 이유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이들을 참사 당일에 가둬놓고 있었다.
김씨는 “시민과 유가족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도 간곡하게 말했다. 희생자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게 되면 시민들이 이번 참사를 ‘이태원 참사’라는 단어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159명의 아이들이 꿈꿔온 미래를 앗아간 참사로 기억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공간이 아닌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더 많은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그곳에 놓인 영정사진 속 앳된 얼굴을,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그 곁을 지키는 유가족을,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는 시민들을 봐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이태원 참사’라는 5글자는 사실 159개의 우주를 잃어버린 참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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