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처음 본다...조선 대표화가 장승업의 대작이 여기에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2. 8. 22:42
고종이 러 황제에게 보낸 선물 127년만에 공개
나전칠기농·장승업 그림 등
학계보고안된 희귀본도 포함
4월까지 모스크바서 특별전
나전칠기농·장승업 그림 등
학계보고안된 희귀본도 포함
4월까지 모스크바서 특별전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외교 선물로 보낸 조선 4대 화가 장승업의 그림과 나전으로 만든 이층농 등 최고 수준의 유물이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1896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맞춰 전달한 고종의 선물 총 17점 중에서 5점을 선보인다. ‘흑칠나전이층농’ 1점과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이다.
이 선물들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겼던 고종이 당시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물품이다. 공사의 수행원으로 대관식에 함께 한 윤치호(1866∼1945)의 일기를 통해 선물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목받는 유물은 검은 바탕에 정교한 장식으로 화려한 ‘흑칠나전이층농’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유물이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돕고 전시까지 이어지게 했다. 이 농은 하단에 나전(전복이나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올려 옻칠을 붙이는 공예기법)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십장생(十長生)을 표현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재단 측은 “19세기의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엔 1920년 일본에서 실톱이 도입돼 나전공예에 ‘끊음질’ 기법이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보다 30여 년 앞서 이 기법이 정교하게 적용된 것이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장승업 작품은 학계에도 보고된 적이 없던 것들이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해 조선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 작품 중에서도 희귀한 대작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에서 노자와 이태백의 일화를 담은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 측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인 것이 장승업 작품으로는 처음 확인돼 희귀하다”며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백동향로 2점은 지난 2010년경 국내에 사진으로 알려졌던 것이다. 사각 향로에는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 향로에는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을 새겨 축원을 담았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복원 지원 등 문화교류는 이어가 전시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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