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짜 평화로 안보 약화”... 6년만에 민방공훈련 부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가짜 평화에 기대 통합 훈련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면서 민·관·군·경을 망라한 총력안보를 주문했다. 정부는 통합 방위 태세를 확립하겠다며 오는 5월 전국 단위 민방공 훈련을 6년 만에 실시하고, 방호 시설도 보강하기로 했다. 민방공 훈련은 그간 코로나 상황 등으로 화상으로 대체되거나 지역별로 축소해 실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중앙통합방위회의를 현직 대통령으로는 7년 만에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서 회의 규모가 축소됐고 모든 국가 방위 전력을 하나로 묶고 국가를 방위하기 위한 범국민적 수행 체제가 약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통합방위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했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적의 침투·도발 등 국가안보 위협에 대비해 민·관·군·경이 모여 통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발전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1968년 비상치안회의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7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북한의 비대칭 도발과 사이버 공격, 다양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안보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고 했다. 또 “급변하는 안보 환경은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에 맞서는 실질적인 대응 태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다양한 북한 도발 유형에 맞춰 통합 방위에 빈틈이 없는지 점검하고 정부 비상 대비 체계를 정비하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각 광역자치단체장, 국가정보원, 각 군,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의 주요 직위자와 민간 전문가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로 화상 또는 서면으로 진행되다 3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민방공 경보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호시설 확충·보강도 의제로 다뤘다. 참석자들은 학교, 정부 청사 등 공공시설이나 특정 아파트·상가단지에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되 이 시설들을 평시에는 수영장이나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핀란드는 민간 건물의 85%가 대피시설(방공호)을 갖춰 놓고 평소에는 카페, 주차장,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또 작년 11월 2일 북한이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경보가 늦게 울리고, 주민 다수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혼란을 빚었던 점을 고려해 경보를 휴대전화 문자로 즉각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훈련 때 사이렌과 함께 경보 문자가 개인 휴대전화에 발송되고, 이에 맞춰 관공서와 주요 기업 직원과 주민들이 정해진 방공호로 대피하는 훈련이 실시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군 당국과 협의해 앞으로 전국 단위 민방공 훈련 실시 주기 등을 정할 계획이다.
통합방위본부장인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북한 고강도 도발, 테러·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을 지켜본 뒤 “과거의 안보는 ‘군은 싸우고 민은 지원한다’의 개념이었지만, 현재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 총력안보가 중요하다”면서 “경제도 안보 위에서 있는 것으로, 군인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시기에 한 치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도록 통합방위 훈련을 제대로 시행하도록 공직자들이 의식과 자세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후 참석자들과 오찬도 했다. 오찬 때 한덕수 총리는 ‘총력안보, 통합안보’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군 관계자는 “오는 5월 전국 단위 민방공훈련이 6년 만에 열리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 그간 약화한 국가방위 통합 수행 체제가 바로잡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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