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운 책방지기 “책 속 아름다운 문장 옮겨쓰면 기억에 더 잘 남아요”

한대광 기자 2023. 2. 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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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유일 필사 서점 ‘사각사각’
필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서점 ‘사각사각’ 대표 방지운씨가 지난 1일 필사모임 회원들이 만든 필사 노트를 펼쳐보이고 있다.
글 읽기만 하면 휘발성 강해 잊어…몸으로 하는 필사 ‘깊이 읽기’ 효과
글쓰기 하는 사람에겐 좋은 훈련 방법…3주 코스 모임·전시회 운영도

경기 의왕시 모락산 자락 한편에 위치한 오래된 2층 건물.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자 위에 ‘사각사각책방 필사전문’이라고 새겨진 작은 안내판이 이곳이 서점임을 알려준다.

서점 안에는 겉표지가 예쁜 책들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외지고 낡은 건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벽면에는 그림과 함께 <어린왕자> 주요 구절들을 적은 공책 등이 전시돼 있다. 창가 앞 책상 위에는 연필·펜 등 필기구와 종이도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이 저자가 출판한 책의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를 전문적으로 내세우는 공간임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각사각책방은 2021년 2월 문을 열었다. 필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서점은 이곳이 수도권에서 유일하다. 책방지기는 방지운씨(52).

방 대표는 지난 1일 “학창 시절의 꿈을 이뤄보기 위해 책방을 열었는데 벌써 2년이 흘렀다”면서 인사했다. 그는 필사를 ‘깊이 읽기’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독서는 휘발성이 강하다. 읽고 나면 상세한 문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필사하고 싶은 문장을 찾아내려는 독서법을 읽히면 깊이 있는 책 읽기가 된다”면서 “필사는 몸으로 하는 일인데 몸이 하기 때문에 더 잘 기억에 남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필사의 효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삶과 관련된 대목을 필사하려는 분들이 많다. 덕분에 필사하는 순간부터는 자신의 느낌과 소감을 같이 표현하는 때도 있다”면서 “어느 단계에 들어서면 안정도 찾고 명상 효과까지 거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필사가 좋은 훈련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이곳에선 필사하기 좋은 책들을 엄선해 전시·판매하고 있다. 방 대표는 “굳이 기준을 말하자면 문장이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했다.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를 꼽았다. 이 책은 책방 한쪽 독서모임 공간에 전시돼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개의 필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3주 코스인 모임은 방 대표가 책과 문장 등을 추천하면 회원들이 필사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필사모임 회원들은 1년에 한 차례씩 서점 공간을 이용해 전시회도 연다. 현재 22기 모임이 진행 중이다.

방 대표는 서점을 열기 전까지는 책과 관련 없는 일을 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접고 쉬는 동안 독서모임 ‘빨강장화북클럽’에 참여하면서 책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는 “학창 시절 책을 좋아했어도 독서모임은 처음이었다”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독서모임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책방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서점학교 참가가 계기가 됐다. 이후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었다. 4개월간 점포 체험도 큰 보탬이 됐다.

방 대표는 “필사라는 영역이 아직 저변이 확대되지 않은 데다 창업 직후 코로나19 영향까지 받아 서점 운영이 녹록하지 않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한다’는 뿌듯함이 큰 힘”이라며 “이젠 대면 모임도 활성화하고 필사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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