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번역기 돌려 한국웹툰 번역한 日주부, 한국번역원상 탔다
웹툰 번역에 네이버 ‘파파고’ 활용
번역원 “AI 수용범위 논의 필요”
최근 국내에서는 번역 과정에 AI를 활용한 응모작이 권위 있는 번역상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제2의 창작’으로 불리는 번역에서도 AI가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8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일본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지난해 12월 번역원이 주관하는 한국문학번역상에서 네이버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해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이 사실은 그가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뒤늦게 논란이 됐다.
마쓰스에씨는 이에 대해 “말하고 듣는 회화 실력은 서툰 수준이지만, 이미 10년 전에 한국어를 공부했고 평소 한국 웹툰을 즐겨 읽는 만큼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번역원 측에 밝혔다. 번역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통독한 뒤 정확한 번역을 위해 파파고를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마쓰스에씨가 수상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웹툰이라는 장르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번역자가 해당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그림으로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문학 등의 분야로 AI 활용이 점차 확대되면 어디까지를 인간의 순수한 창조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네이버·구글 등이 서비스하는 AI 번역기는 서로 다른 언어의 의미를 전달해주지만 미세한 어감 차이까지는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창작물을 번역기로 처리하면 금방 티가 난다는 것이 번역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엔 번역원 측에서도 해당 응모작에 번역기가 사용된 사실을 심사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다.
전례가 없는 이 사안은 한국 문화에 대한 순수한 수용도를 평가해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신인상의 취지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응모 요강에 AI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등의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론도 있다. 번역원은 신인상의 취지를 감안해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을 조건으로 하고 수상작은 확인 절차를 밟는 등 절차를 보완할 방침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AI 번역의 가능성과 수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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