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할 수 있을때 실탄 장전"…공제회 CP발행 만지작

김대연 2023. 2. 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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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여파로 속속히 신용등급 받을 준비
상반기에 교공 CP 발행 관련 정관 변경 예정
행공도 지난해 신평사에 'A1' 등급 부여받아
노란우산, 회원 수 증가폭 '주춤'…상황 주시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수조원을 굴리는 국내 주요 공제회들이 본격적인 기업어음(CP) 발행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유동성 문제를 겪었던 만큼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단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올해는 CP 발행을 통해 총알을 두둑이 장전한 공제회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CP발행 준비 절차 돌입한 큰손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상반기 중 CP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외부자금 조달 관련 의결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자 운영위원회 의결사항으로 명시하려는 내용의 개정 작업이다. CP는 단기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이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투자 여부와 발행조건이 결정된다.

국내 내로라하는 큰손들이 CP 발행의 단초인 단기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사전준비가 한창이다.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국내 3사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단기 신용등급 최고등급인 ‘A1’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6월 기준 회원 수는 33만2990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회원부담금도 △2018년 10조2474억원 △2019년 11조6447억원 △2020년 13조2078억원 △2021년 14조4214억원 △2022년 6월 15조2946억원 등 연평균 증가율이 9.5%로 운용자산 규모가 안정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혁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공제회법상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등 법적·제도적 안정성이 높다”며 “최근 3개년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0%로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판교 6-1블록(카카오 계열사 사옥) 투자사업에 힘입어 순이익이 60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회원들이 불입한 자본금에 대한 높은 약정수익률과 회원들에 대한 각종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고위험·고수익의 운용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높은 이익변동성이 내재해 있다”며 “특히 경기회복 지연,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부동산업황 저하로 유가증권 및 대체투자 자산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 경색으로 이례적인 작업”

그동안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공제회들은 CP 발행을 실탄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그 와중에도 금리 상승에 따라 회원 급여율을 올리면서 유동성 부족 문제에 몸살을 앓자 CP로도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물론 단기신용등급을 부여받는다고 공제회들이 당장 CP 발행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큰 규모의 출자에 앞서 자금이 필요할 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12월 국내 3사 신평사들로부터 기업어음신용 정기평가 결과 A1 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기 위해 회원부담금과 회원수탁금을 바탕으로 부동산 및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고 금융투자부문 실적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견고한 회원기반과 보유 유동성 수준, 차입부채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년 가파른 성장세로 비교적 다른 공제회들보다 자금 사정이 양호한 노란우산공제도 지난달 회원 증가폭이 주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만 26만6990명이 신규 가입했으며, 지난 7일까지 누적 회원 수는 166만6592명이다. 아직 현금 여력은 충분한 상태이지만, 회원 증가 추이를 살펴보고 출자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들이 CP 발행을 위해 단기 신용등급을 받는 일을 사실상 이례적인 일이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라며 “회원 대출이 늘면서 현금 흐름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하게 마련해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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