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영업익 통신사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통신사들은 ‘효자 고객’인 무제한요금제 가입자 이탈로 수익 악화 우려
통신사들이 지난해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5세대(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세분화 등 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새 요금제를 만들 경우 통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7조3050억원, 영업이익 1조6121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하며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9일 실적을 발표하는 KT도 무난히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통신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지금이 요금제를 손볼 적기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일부 중간요금제를 도입했으나 소비자 입맛에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생색내기’ 요금제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 앞서 통신업체들은 월 데이터 24~31GB 기준으로 가격대가 5만~6만원에 이르는 요금제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0GB 이하이거나 100GB 이상인 상황에서 선택권을 넓혔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정부는 40~100GB 구간에서도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중간요금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떤 형식이든 국민 통신비 부담이 적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서민 생계비 경감 차원에서 통신 분야 해결책으로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통신사들은 정부가 요금제 신설을 요구하는 데이터 구간이 일반 이용자들의 사용 행태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GB다.
세부적으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50GB, 일반 요금제 가입자는 12GB다. 이 때문에 정부 요구대로 40~100GB 구간에 요금제를 신설하면 통신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헤비유저들만 무제한 요금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들은 정부가 중간요금제 세분화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을 이끌어내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데이터 소량·중량 이용자들의 선택권 보장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서민들의 통신비 절감은 저가요금제 위주의 알뜰폰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달성됐다는 논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인공지능(AI), 미디어 등 신사업을 키워야 한다”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을 시기인데 사실상 수익 규모를 줄이라는 정부 요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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