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지진세 걷었는데… 튀르키예 주민 불만 고조

최혜승 기자 2023. 2. 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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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각)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튀르키예 구조대원. /AFP 연합뉴스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8일 현재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내진 설계가 안 된 건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구조 작업도 늦어지자, 튀르키예 주민들 사이에선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진을 대비하겠다며 지난 20년간 지진세(earthquake tax)를 걷었지만 정부 대응이 부실하다는 불만이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주민들은 최근 지진 발생 이후,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걷어간 지진세를 놓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1999년 튀르키예 서부 이즈미트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해 1만7000여명이 숨졌다. 이후 튀르키예 정부는 이른바 지진세를 도입했다. 정식 명칭은 특별 통신세다. 튀르키예는 지각판이 맞물리는 아나톨리아 단층대에 위치해있다. 지진이 빈번한 만큼, 지진 예방과 대응 역량 강화에 이 세금을 쓰겠다는 게 당시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후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지진세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당국은 구체적으로 이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BBC는 튀르키예 정부가 지금까지 약 880억터키리라(약 5조8000억원)를 지진세로 걷었다고 추정했다.

AFP통신도 구조 작업 속도가 더뎌지면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운 가지안테프에 거주하는 에브루 피라트(23)는 “1분 1초가 중요한 순간인데 지진 이 일어나고 12시간 동안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랄 데니즈(61)는 “형제와 조카들이 잔해 속에 깔려 있고, 나와 남은 친척들은 야외에서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있다”며 “사람들이 느린 구조를 참다못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경찰이 나서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9년 이후 징수된 지진세는 어디로 간 것이냐”고 토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튀르키예 81개 주(州) 가운데 지진 피해를 본 1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설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FP는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최악의 재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오는 5월 조기 대선의 결과가 달려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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