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수출 부진에 불안한 경상수지
작년 12월 26억8000만달러 기록
연간 규모는 11년 만에 최저치
상품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해외투자 배당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상품수지가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흑자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이 8일 공개한 지난해 12월 국제수지 통계(잠정)를 보면 경상수지는 2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달 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흑자 규모는 1년 전(63억7000만달러)에 비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폭이 1년 전(952억3000만달러)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고, 2011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다. 다만 한은의 전망치(250억달러)는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상품수지는 4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적자다. 1년 전보다 49억1000만달러 급감했다. 상품수지가 연속 적자를 나타낸 것은 1996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수출이 55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4억7000만달러(10.4%) 줄었다.
한은은 “세계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출이 27.8%(통관기준) 줄었고 철강 제품(20.5%)과 화공품(17.2%)도 각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27.1% 급감했고 동남아와 일본 수출이 각각 23.7%, 10.3% 줄었다.
수입은 56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억6000만달러(2.7%) 감소했다. 수입액이 전년 동월보다 줄어든 것은 2020년 12월 이후 2년 만이다. 원자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0.7% 늘었다. 이 중 가스(52.2%), 원유(16.9%), 석탄 수입액(12.5%)이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11.2%) 등 자본재 수입이 6.4% 감소했고 가전제품(-8.1%) 등 소비재 수입도 4.9%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13억9000만달러 적자였다. 운송수지가 흑자(1억7000만달러)를 유지하긴 했지만, 전년 동월보다 흑자 규모가 10억8000만달러 줄었다.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같은 기간 76.9% 감소한 영향이다.
본원소득수지는 47억90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13억달러 증가했다. 이 중 배당소득 수지 흑자 규모(44억9000만달러)가 전년 동월 대비 17억달러 늘었다. 한은은 “국내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 수입이 증가하는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향후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흐름, 정보기술 업황 개선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매달 흑자·적자 여부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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