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오래 하면 치매 예방에 효과…자녀 있으면 인지 기능 향상

노르웨이 보건연구원 연구 결과…독신 노인이 결혼한 노인보다 치매 발생률 73% 높아

자녀·지인 연락처 등을 기억하기 위해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바라보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오랫동안 결혼 상태(marital status)를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의학 전문지인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는 노르웨이 보건연구원의 비에른 스트란드 교수 연구팀이 성인 8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7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성인의 결혼 상태를 44세부터 68세까지 추적하면서 결혼 상태가 70세 이후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기간 동안 이들 중 12%가 치매, 35%는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진단을 받았다. MCI는 기억력 등의 인지 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분석 결과, 결혼 상태는 치매와 분명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MCI와는 그리 큰 연관이 없었다. 치매 발생률은 결혼 상태를 오래 유지한 노인이 11%, 이혼한 노인은 12%, 결혼하지 않은 독신 노인은 14%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 생활 습관 등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이혼한 노인은 결혼 상태를 지속한 노인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50%, 독신 노인은 73%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은 독신 노인이 치매 위험이 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독신 노인의 경우 자녀가 없다는 것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자녀가 있으면 그만큼 인지 기능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자녀가 없을 경우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녀 때문에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녀가 있는 것이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인지 예비능은 뇌의 노화에 대비해 평소에는 사용되지 않는 뇌의 대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치매 발병을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와 건강 저널’(Journal of Aging and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