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확대된 ‘바이 아메리칸’ 시행…중국 위협엔 행동”
사실상 재선 도전 선언
일자리 등 경제 성과 강조
하원 장악한 공화당 겨냥
“현재 사회보장제도 지속”
한반도 문제 언급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은 7일(현지시간) 취임 후 두 번째 국정연설에서 “미국을 위한 공급망이 미국에서 시작되도록 할 것”이라며 ‘바이 아메리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첨단기술 분야의 중국 견제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제조업 부활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정찰풍선 사태로 갈등이 고조된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2년간 경제, 입법, 코로나19 대응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 전 우리 경제는 비틀거렸으나 그동안 기록적인 일자리 1200만개를 창출했다. 역대 대통령이 4년간 만든 일자리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인프라법,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바이든표’ 입법 성과를 거론하면서 미국 제조업 부활 의지를 강조했다. 연방정부의 인프라 건설 사업에서 미국산 재료 및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새로운 ‘바이 아메리칸’ 규정도 발표했다. 그는 “나의 경제계획은 잊혀진 장소와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경제를 만들 것”이라며 ‘중산층 경제론’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기존 정책 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제시한 정책은 거대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의료보험·무상보육 등 복지지출 확대, 기후변화·인프라 투자 지속, 임신중단 권리 보호 등이다. 특히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최저 15%로 정한 IRA 규정을 언급하면서 “나는 자본주의자다. 다만 그저 공정한 몫을 내라는 것이다. 지금의 세금제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재선 도전 선언이 임박한 시점에서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 국정운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공화당 일각에서 공언하는 IRA 폐지, 연방 차원의 임신중단 불법화 시도에 대해 “만약 이를 추진하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연설에서 8차례 “일을 끝마치자”고 한 것을 두고는 사실상 재선 도전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서 “공화당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지난 의회 회기 때 함께 일했듯이 이번 회기에서도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협치’를 강조했지만, 연설 도중 공화당과의 거친 신경전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출 삭감 등의 전제조건 없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데 동의해 달라고 공화당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화당은 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의 일몰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공화당 의원 다수가 야유를 보내면서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여유 있는 태도로 “다들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는 논외로 하는 것에 동의하네”라고 맞받아쳤고, 설전은 결국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있었던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국정연설과 달리 올해 연설에서 대외정책에 관한 대목은 많지 않았다. 북한이나 한국 등 한반도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늑장대응’ 논란이 제기된 중국 정찰풍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주권침해 행위’에는 강력히 경고했다. 또한 첨단기술·국방 등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내 투자, 동맹 공조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 모두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NBC 방송은 73분 연설 중 경제에 관한 언급이 가장 많았고, 인프라, 경찰, 세금, 민주주의,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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