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전등 온종일 안 쓰셨는데, 괜찮으세요?” 첨단기술로 고독사 막는다
돌봄 인력난 해소·실시간 대응
혼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심혈관 질환과 당뇨로 최근 기력이 약해져 자원봉사센터에서 그의 집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간식조차 안으로 들여오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A씨의 고립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은 방 안 TV가 꽂혀있는 플러그였다. 그가 24시간 넘게 전기를 사용하지 않자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에 알람이 울렸다. 센터 측에서 전화를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센터는 경찰과 소방에 연락해 문을 열고 들어가 기진맥진해 누워있던 A씨를 발견하고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기술로 고독사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 1인 가구 거주지 등 4071곳에 각종 기기가 설치됐다. 이를 통해 위험 신호 6759건을 확인한 뒤 33건은 현장 출동으로 응급조치가 이뤄졌다.
위험 가구에 설치된 기술은 주로 인적 돌봄이 불가능했던 영역에서 기능한다. TV와 컴퓨터·밥솥 등 전원과 연결해 전력 사용량으로 일상 활동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플러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IoT를 이용해 전력량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 조명 조도량이 변화하지 않을 때 등을 감지한다. A씨와 같은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현장으로 전화를 걸거나 방문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다.
지역에 혼자 사는 중년층 389가구에 이 플러그를 설치한 용산구 관계자는 “예전의 동작 감지기와 달리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적어 거부감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가족이나 이웃과 교류가 없는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인공지능(AI)이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 등을 파악해 기록해 두기도 한다. 혼자 있는 사람에게 꾸준히 말을 거는 AI 스피커나 AI 로봇도 전국 지자체에서 돌봄 목적으로 보급 중이다.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거나 ‘살려줘’ ‘구해줘’ 등의 말을 인식해 119에 대신 신고해주기도 한다.
대화 도중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심리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48시간 이상 말을 걸지 않으면 동주민센터에서 직접 안부를 확인한다.
이 같은 기술로 돌봄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24시간 실시간 대응하는 체계가 가능해졌다.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담당자가 바뀌면서 생기는 공백을 메울 수도 있다.
경기복지재단은 지난해 ‘증가하는 1인 가구, 고독사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사업과 관련해 “인력 한계를 보완하고 재정적 안정과 효율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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