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화이트칼라는 ‘해고 광풍’ 블루칼라는 ‘구인 열풍’
정임수 논설위원 2023. 2.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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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매 사이트에 예상 밖 물건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통상 경기 침체가 오면 생산직 근로자인 '블루칼라'부터 타격을 입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량 해고는 사무직 '화이트칼라'에 쏠려 있다.
이는 팬데믹 기간 고연봉 화이트칼라 인력이 과잉 채용된 탓도 크다.
다만 미국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상황이 뒤바뀐 가운데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를 걱정하지만 우리는 고용도, 성장도 담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게 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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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매 사이트에 예상 밖 물건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트위터 본사에서 쓰던 책상, 소파, 커피머신, 오븐 등 630개 물품이다. 이 회사를 상징하는 파랑새 조형물도 포함됐다. 직원 절반을 단칼에 해고한 트위터가 비용 절감을 위해 돈 되는 건 다 내다판 것이다. 트위터를 비롯해 지난해 미국 테크기업에서 잘린 직원은 15만여 명.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던 대표주자가 모두 동참했다. 올해도 MS가 1만 명 감원에 나서는 등 빅테크 해고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 칼바람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월가로 번졌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3200명을 해고했고 블랙록, 모건스탠리, 씨티그룹도 줄줄이 감원 계획을 내놨다. 통상 경기 침체가 오면 생산직 근로자인 ‘블루칼라’부터 타격을 입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량 해고는 사무직 ‘화이트칼라’에 쏠려 있다. 미 자동차 기업 포드마저 사무직 중심의 대규모 감원을 알렸다. 이를 두고 2000년 닷컴버블 때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에 빗대 화이트칼라 불황의 서막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히려 미국 블루칼라 시장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물류·소매업체 등에 지원서를 내면 면접도 없이 30분 만에 채용된다고 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여가·접객 같은 블루칼라 중심의 서비스업이 리오프닝 이후 일손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다. 보잉이 올해 재무·인사부서 직원 2000명을 줄이면서도 엔지니어링과 생산직 1만 명을 충원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자 밀려드는 항공기 제작 주문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인지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54년 만에 가장 낮았고, 취업자도 52만 명이나 급증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한쪽에선 감원 칼바람이 매서운데, 전체 노동시장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의 호황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 고연봉 화이트칼라 인력이 과잉 채용된 탓도 크다. 해고가 집중된 정보기술(IT), 금융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급성장한 대표 업종이다. 비대면 특수와 저금리 유동성 잔치가 끝나자 기업들 실적이 악화되고 역대급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감원까지는 아니지만 채용 한파가 몰아치고 희망퇴직이 잇따르는 국내 IT 업계나 금융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상황이 뒤바뀐 가운데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를 걱정하지만 우리는 고용도, 성장도 담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게 차이 난다. 올해 국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성장률 전망치마저 나 홀로 뒷걸음질치고 있어서다.
▷구조조정 칼바람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월가로 번졌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3200명을 해고했고 블랙록, 모건스탠리, 씨티그룹도 줄줄이 감원 계획을 내놨다. 통상 경기 침체가 오면 생산직 근로자인 ‘블루칼라’부터 타격을 입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량 해고는 사무직 ‘화이트칼라’에 쏠려 있다. 미 자동차 기업 포드마저 사무직 중심의 대규모 감원을 알렸다. 이를 두고 2000년 닷컴버블 때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에 빗대 화이트칼라 불황의 서막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히려 미국 블루칼라 시장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물류·소매업체 등에 지원서를 내면 면접도 없이 30분 만에 채용된다고 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여가·접객 같은 블루칼라 중심의 서비스업이 리오프닝 이후 일손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다. 보잉이 올해 재무·인사부서 직원 2000명을 줄이면서도 엔지니어링과 생산직 1만 명을 충원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자 밀려드는 항공기 제작 주문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인지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54년 만에 가장 낮았고, 취업자도 52만 명이나 급증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한쪽에선 감원 칼바람이 매서운데, 전체 노동시장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의 호황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 고연봉 화이트칼라 인력이 과잉 채용된 탓도 크다. 해고가 집중된 정보기술(IT), 금융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급성장한 대표 업종이다. 비대면 특수와 저금리 유동성 잔치가 끝나자 기업들 실적이 악화되고 역대급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감원까지는 아니지만 채용 한파가 몰아치고 희망퇴직이 잇따르는 국내 IT 업계나 금융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상황이 뒤바뀐 가운데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를 걱정하지만 우리는 고용도, 성장도 담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게 차이 난다. 올해 국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성장률 전망치마저 나 홀로 뒷걸음질치고 있어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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